[Vol.95] 📺 예술은 고정된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시대의 초상을 다룬 그림들.
예술이 배달 왔어요💌
2022.08.12 Vol. 95
시대의 초상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Oil on Canvas, 1830. © Musée du Louvre
자유의 여신이 들고 있는 삼색기의 3가지 색깔은 각각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며 밑에 훈장을 달고 죽어 있는 귀족은 낡은 봉건체제의 종언을 의미한다.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우리는 역사의 일부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예술은 시대를 담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시절이 행복하고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죠.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기자처럼 사회를 고발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처럼 삶의 한 장면을 프레임 속에 담아내기도 해요. 📸 오늘 아트레터를 통해 시대상을 담아낸 다양한 작품을 함께 만나보도록 해요.

1. 피카소 <게르니카>
Pablo Picasso, Guernica, 1937. Colección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 Sucesión Pablo Picasso, VEGAP, Madrid, 2017
이 그림은 여러 서적에 자주 등장하기도 한 익숙한 작품입니다. 만약 제목을 모른다고 해도 독특한 화풍으로 인해 단번에 어떤 화가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입니다. 스페인 내전 당시 게르니카 지역에서 자행된 독일군의 학살을 고발하는 작품이에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피카소의 화려하고 흥겨운 분위기의 작품에 비해 게르니카는 학살의 처참함을 잔뜩 담아 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의 요소 하나하나에 집중해 보면 죽은 아이를 안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이나 부상을 입고 비명을 지르는 말의 모습 등 무거운 분위기가 화면을 맴돌고 있어요. 😰 피카소는 그림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로 학살의 공포를 세상에 이야기했습니다.

2. 고야 <마드리드, 1808년 5월 13일>
Fransisco Goya, El 3 de mayo en Madrid, 1814. Prado National Museum.
이 작품은 앞서 본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함께 어딘지 익숙한 작품입니다. 바로 고야의 <마드리드, 1808년 5월 13일>이라는 작품이에요. 고야의 이름을 들으면 <옷을 벗은 마하>나 <옷을 입은 마하>같이 에로틱한 작품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고야는 작품 스펙트럼이 다양한 화가였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808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략했을 때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략에 반대하던 시민들이 1808년 5월 2일 프랑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5월 3일 프랑스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그림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잠시 작품에 주목해 볼까요? 전체적으로 어둡고 컴컴한 풍경이지만 중심부에 유독 환하게 빛나는 남자가 한 명 있어요. 흰옷을 입고 두 팔을 벌린 채 체념한 표정으로 프랑스군에 저항하는 남자는 마치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시킵니다. 이 구도는 후에 피카소가 한국전쟁에 관해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에 영향을 주었답니다.

3. 홍성담 <오월 판화집 - 새벽, 1989>
홍섬담, 오월 판화집 - 새벽, 1989 (2022년 재제작), 종이에 실크스크린, 70 × 54.5 cm. 작가 소장
우리나라의 민중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바로 홍성담입니다. 민중미술이란 1980년대 미술인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종의 사회운동입니다. 형식에 구애받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언어로 사회를 고발했어요. 민중미술은 예술가가 지녀야 할 덕목을 새롭게 제시한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

홍성담은 5.18 광주 민주 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경험으로 인해 그는 5.18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죄로 풀려났어요. 투박하게 담아낸 시대의 초상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4. 박수근 <노상>
박수근, 노상, 1964. © 박수근미술관
예술이 언제나 사회의 우울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세상은 언제나 다면적이기 때문에 슬픔이 있다면 기쁨도 있지요. 그래서 예술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시대를 담아내곤 합니다. 😌

박수근은 투박하고 정감 있는 붓질로 전쟁 전후 한국 사회의 소박미를 담아내고 있어요. 정취 가득한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했습니다. 미술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명암과 원근을 배제해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들었어요. 단순하고 담백하게 구성된 화면은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오랫동안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습니다.

박수근은 소설가 박완서와 전쟁 직후 미군 PX에서 함께 일한 일화가 있습니다. 한국을 빛낸 두 명의 예술가가 무명시절 한 공간에서 함께 일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나요? 박완서 작가는 그 시절의 박수근을 떠올리며 여러 글을 짓기도 했습니다.

5. 김홍도 <씨름>
김홍도, 씨름-김홍도필풍속도화첩金弘道筆風俗圖畵帖, 조선, 26.9x22.2c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대한민국.
한국인이라면 이 작품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바로 김홍도의 <씨름>입니다. 원으로 빙 둘러앉은 사람들의 중심에 역동적으로 씨름을 하는 두 명의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마치 위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는 듯 재미있는 구성으로 화면을 채웠습니다. 갓이나 신발 등을 벗고 집중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씨름에 몰입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

서민의 삶을 해학적으로 포착한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이 주는 생동감을 감상자에게 전달합니다. 굵고 힘찬 필선은 그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쭉쭉 손을 뻗어 그림을 그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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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시대를 반영합니다. 예술가는 그림이라는 각자의 언어로 현실을 담아내지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기록도 오늘 함께 보았던 작품들처럼 먼 훗날 시대의 초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추천 전시
📍 라이크디즈 1601
<우리들의 기록: 우리 모두 여기에 있었다.>
흘러가는 일상의 한순간을 베어내 화면에 담아내는 작가 소순의 개인전. 실제로 마주했던 풍경을 담아냈지만 작가만의 손길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시켰습니다. 따뜻한 편안함이 가득한 그의 작품은 매일 바닥을 보며 걸어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 속 미처 발견하지 못한 즐거움을 찾아줄 거예요!

지난 호 아트레터를 못 보셨다면?

[Vol.94] 🌈 색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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