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앞서 본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함께 어딘지 익숙한 작품입니다. 바로 고야의 <마드리드, 1808년 5월 13일>이라는 작품이에요. 고야의 이름을 들으면 <옷을 벗은 마하>나 <옷을 입은 마하>같이 에로틱한 작품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고야는 작품 스펙트럼이 다양한 화가였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808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략했을 때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략에 반대하던 시민들이 1808년 5월 2일 프랑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5월 3일 프랑스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그림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잠시 작품에 주목해 볼까요? 전체적으로 어둡고 컴컴한 풍경이지만 중심부에 유독 환하게 빛나는 남자가 한 명 있어요. 흰옷을 입고 두 팔을 벌린 채 체념한 표정으로 프랑스군에 저항하는 남자는 마치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시킵니다. 이 구도는 후에 피카소가 한국전쟁에 관해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에 영향을 주었답니다.
홍성담은 5.18 광주 민주 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경험으로 인해 그는 5.18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죄로 풀려났어요. 투박하게 담아낸 시대의 초상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박수근은 투박하고 정감 있는 붓질로 전쟁 전후 한국 사회의 소박미를 담아내고 있어요. 정취 가득한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했습니다. 미술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명암과 원근을 배제해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들었어요. 단순하고 담백하게 구성된 화면은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오랫동안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습니다.
서민의 삶을 해학적으로 포착한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이 주는 생동감을 감상자에게 전달합니다. 굵고 힘찬 필선은 그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쭉쭉 손을 뻗어 그림을 그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