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6] 희망을 품은 예술, 벌룬 아트 🎈

🎈풍선에 꿈을 싣고 날아가볼까?

2021.07.30 | vol. 56 | 구독하기 | 지난 호

희망을 품은 예술, 벌룬 아트

지미 팰런쇼에 방영된 BTS의 Permission to Dance 무대에 설치된 풍선 조형
기분 좋은 에너지를 담은 BTS의 화제의 신곡 Permission to Dance(=PTD).🕺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희망을 담은 보라색 풍선을 하늘로 날리고, 그 풍선을 발견한 사람들은 즐겁고 자유롭게 춤을 추며 기뻐합니다. 또, 미국의 인기 토크 쇼인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선 보라색 풍선이 가득한 무대를 연출하며 오락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았는데요!

오래전부터 하늘 위로 금방이라도 떠오를 것 같은 풍선은 다양한 상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예술 분야에선 더욱 그랬죠. 이번 아트레터에선 풍선에 예술적 감각이 접목된 의미 있는 작품들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할게요!


1. 래리 모스 (Larry Moss)

Larry Moss, American Gothic, © Design boom.
래리 모스는 주로 라텍스 풍선으로 작업하는 미국의 아티스트입니다. 래리는 대규모 풍선 조각 분야에서 설치 예술로 유명하며, 대중에게 알려진 문학, 예술 및 문화 속 유명한 그림들을 풍선으로 재탄생시킵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은 그의 유명한 작품들입니다.

Larry Moss, 20 Foot Tall LEGO Minifigure, © 래리 모스 Youtube
그 외에도 기술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탄생시켰는데, 런던의 브릭 2014 행사에서 3일 동안 4,000개의 풍선으로 6m 높이의 레고 피규어를 풍선으로 만들어 세계 기록을 세웠습니다. 래리 모스는 풍선(Balloon)이라는 학회의 설립자이기도 하며, 현재 아내와 함께 아마추어 및 전문 벌룬 아티스트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2. 타다오 세른 (Tadao Cern)
Tadeo Cern, Black Balloons © Tadao Cern
검은 풍선의 예술가 타다오 세른의 작품 주요 주제는 모순(Contradictions)입니다. 타다오의 작품은 이중성과 모순, 즉 가벼움과 무거움, 최소와 복잡함, 비 생명성과 생동감 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관계적 긴장을 “Black Balloon(BB)”로 전환합니다. "BB"는 상하가 평행하게, 좌우가 평면으로 열을 맞추는 검은 풍선들이 특징입니다.

“모순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만든 개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느낌과 모든 아이디어의 부재가 제 목표가 되었습니다."- 타다오 세른

리투아니아에 거취 하는 세른은 최근 몇 년 동안 도쿄, 베이징, 뉴욕, 파리, 베네치아, 쾰른에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전시에서 이 작가는 풍선의 헬륨이 빠져나가 쪼그라들면 풍선을 교체합니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은 아무것도 아님을 표방하고 진정한 공(空)을 상징합니다. 

3. 한스 헴머트 (Hans Hemmert)

Hans Hemmert, German Panther, 2007, Städtische Galerie Nordhorn, Nordhorn, Germany. Robot Space Brain.
예술가 한스 헴머트는 풍선을 이용해 독일 팬서 탱크를 만들었습니다. 외력에 취약한 풍선이 전쟁 장비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알록달록 밝은 색을 띤 풍선으로 구성된 탱크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제일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재료의 차이입니다. 기존 탱크는 풍선처럼 전혀 가볍지 않은 기계이니까요! 이 뒤틀린 표현은 재밌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좌) 작품 설치 3주 후 | (우) 작품 설치 6주 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오한 메시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풍선 바람이 점차 빠지면서 탱크가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하죠. 헴머트는 스스로 반전(反戰)을 외친 예술가였습니다. 바람이 빠져 풍선이 분리되면 나중에 아이들은 이 탱크를 완전히 분해하면서 풍선을 가지고 놀도록 프로그램화되었습니다. 아마도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데 걸리는 오랜 시간은 전쟁의 기억이나 영향이 점진적으로 희미해져 감을 비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 제로니모 벌룬스 (Geronimo Balloons)

뉴욕 본사에 설치된 풍선 조형. © 스퀘어스페이스 X 제로니모 벌룬스 프로젝트

2017년 6월,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스폰서인 스퀘어스페이스(squarespace: 미국 웹사이트 구축 및 호스팅 회사)는 그들의 고객인 제로니모 벌룬스와 협업하여 뉴욕시 본사에 아름다운 풍선 무지개 구조물을 설치했습니다. 이 풍선 설치는 뉴욕에서 진행되는 퍼레이드 행진자들에게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제로니모 벌룬스의 설립자인 지한 젠시릴리는 건물 외벽에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15,000개 이상의 풍선을 사용했습니다. 이때 사용된 풍선은 유기물 & 생분해성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한의 작업 중 뉴욕에서 만든 가장 큰 규모의 야외 건축물이었으며, 다양성포용성을 고취하는 행사에서 그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뻐했습니다. 


5. 아트놈

2014년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풍선 조형물에 바람을 주입하는 시민들의 모습 © 독서신문

대형 벌룬을 공공미술로 승화시킨 작품이 대한민국에도 있습니다. 바로 팝아티스트 아트놈이 제작한 높이 8m 돼지 형상 ‘미스터 기부로’입니다.🐷 이 작품은 ‘예술을 살찌우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서울문화재단에서 제작한 기부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설치되었습니다.

2014년 서울시청 광장에 자리 잡은 이 작품의 설치 과정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시민들이 ‘미스터 기부로’에 연결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으면 작품에 공기가 주입되어 전체 형상이 완성이 됩니다.🚲 정말 말 그대로 예술을 살 찌우고, 기부를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시각적으로 뚜렷한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재미주의(Funism)를 지향하는 아티스트인 만큼, 기획 아이디어도 작품의 형형색색 컬러와 형상도 유쾌합니다.


6. 고홍석

스타필드 하남에 설치된 고홍석 작가의 작품 'Dream' © 고홍석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국내의 유명한 벌룬 아티스트, 아니 이제는 공기 조각가로 불리는 고홍석 작가를 소개합니다. 고홍석 작가는 어렸을 적 병을 앓으며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예술인입니다. 어릴 적 어두운 세계에서 방황하고 우울했지만, 그의 손을 떠나지 않고 잡고 있던 것은 바로 풍선이었습니다. 고 작가는 주로 원형풍선과 막대풍선을 재료로 이용하며 자체 제작한 캐릭터와 대형 풍선 조형물을 작업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며 만들고, 손으로 공기를 조각하는 고홍석 작가의 풍선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갖고 싶은 욕망, 가진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에서 벗어나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때를 그저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이죠. 지금까지 개인전을 포함해 많은 전시를 진행했고, 현재는 풍선을 이용한 무대 설치와 글쓰기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풍선을 통해 예술가의 삶을 설계하는 고홍석 작가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풍선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작고 가벼운 형태에서 별안간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이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많은 제약으로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고, 뜻을 굽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럴 땐, 어렸을 때 불었던 풍선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터질까 봐 겁이 나면 작게 불기도 하고, 또 막상 너무 커져서 터진다 해도 까르르 웃고서 다시 불죠.

구독자 여러분, 언제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풍선처럼 마음의 여유와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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