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2] 💃 춤추는 명화, 에드가 드가의 혼(魂) : 아트레터

[Vol.122] 💃 춤추는 명화, 에드가 드가의 혼(魂)

2023.06.02 Vol. 122

Edgar Degas, The Pink Dancers, Before the Ballet, 1884, Ny Carlsberg Glyptotek, Copenhagen, Denmark.

🙋🏻‍♀️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저희는 지난 주에 여러분들이 어떤 예술가/예술로부터 영감을 받는지 설문을 통해 알아봤어요.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답은 1)모네 2)현대미술 3)동양화/한국화 4)고흐였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주였지만, 깜짝 놀라운 인물이 5위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에드가 드가'였습니다!

아트레터가 지금까지 120개 이상의 발행물을 내놓았지만, 그동안 드가에 대해서 다룬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래서 이번 주는 '에드가 드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레터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드가는 인상파 중에서도 특별한 화풍과 시각을 가진 예술가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다양한 예술가를 언급해 주셨는데, 모든 예술가를 소개하려면 앞으로도 100회는 더 꾸준히 구독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그만큼 다양한 예술의 세계를 경험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아트레터와 함께하세요! 💌

(하단에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

에드가 드가가 발레리나를 그린 이유

Edgar Degas, Rehearsal of a Ballet on Stage, 1874, Musée d’Orsay, Paris, France.

에드가 드가는 인상주의의 창시자 중 한 명이지만 스스로 인상주의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았고 어느 곳에 속하기 보단 ‘독립파'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발레리나는 그가 주로 택했던 작품 주제 중 하나였어요.

"사람들은 나를 춤추는 소녀의 화가라고 부릅니다. 발레리나에 대한 나의 주된 관심은 움직임을 표현하고 예쁜 옷을 그리는 데 있습니다.” - 에드가 드가

이 흑백 사진처럼 보이는 무채색의 그림은, 새로운 시각적 기법으로 ‘사진’을 차용한 암시를 드러냅니다. 📷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일정 시선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고, 무용수의 옷과 객석도 잘려나가 있습니다. 드가는 사진을 찍은 후 그것을 보고 그렸던 걸까요?

아닙니다. 당시엔 어두운 공연장에서 인물을 찍을 만큼 사진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공연장에 가는 것 또한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드가는 지인들에게 무대 가까이에 갈 수 있도록 종종 도움을 청하거나,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돈을 지불하고 발레리나를 불러와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경찰이 드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왜 그렇게 많은 어린 소녀들이 드나드는지 검문하기도 했어요. 당시 무용수들은 매춘부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죠. 🙄

어쨌든 드가의 관찰력과 상상력이 만들어 낸 이 그림은 1874년 첫 인상파 전시회에서 즉시 주목받았습니다. 화가 주세페 드 니티스가 그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무용 리허설을 그린 그림이 기억나 [...] 모슬린 의상은 매우 아름다웠고, 움직임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했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양한 모습의 발레리나

Edgar Degas, The Little Fourteen-Year-Old Dancer, ca. 1880,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NY, USA.

1880년경 드가는 자주 사용하던 회색 팔레트를 붉은색부터 황갈색까지 다양한 색으로 바꾸었습니다. 또한, 파스텔을 주요 매체로 채택하여 스타일과 기법이 변화되었어요. 과슈, 수채화, 오일, 심지어 모노타이프까지 파스텔을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파스텔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했습니다. 🎨

40대 중반에는 시력이 나빠져 실명할 위기에 처해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자 밀랍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1881년 봄에 열린 제6회 인상파 전시회에서 그의 유일한 조각작품으로 <열네 살의 작은 댄서>를 선보였습니다.

<열네 살의 작은 댄서>는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했어요. 실제 머리 가발이 붙어 있고 발레복을 입은 실물 크기의 밀랍인형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경악했으며, 무용수가 못생겼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언캐니 밸리 아니었을까요? 이 피규어의 모델인 마리 반 괴테는 벨기에 재단사, 세탁소 집의 딸이었습니다.

당시 무용수들은 '오페라의 쥐(Petit rat de l'opéra)' 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작고 빠른 걸음으로 오페라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이 단어는 더러움과 가난을 비하하는 의미를 지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젊고 예쁘지만 가난한 발레단 소녀들은 당시 부유한 남성들의 잠재적 표적이 되었어요.

서커스 스타, 미스 라라

Edgar Degas, Miss La La at the Cirque Fernando, 1879, The National Gallery, London, England, UK.

당시 파리에서는 서커스가 수백만 명의 관객을 즐겁게 하며 인기 있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875년에 지어진 페르난도 서커스장은 드가의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했어요. 움직임을 포착하고 묘사하는데 뛰어난 기술을 가진 드가는 이 서커스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드가 외에도 르누아르, 툴루즈 로트렉, 조르주 쇠라 등 다양한 인상파 화가들이 서커스장을 방문해 서커스단의 피사체를 그리곤 했어요.

특히, 유명한 서커스 스타가 있었는데 미스 라라로 알려진 ‘안나 올가 알베르티나 브라운’이었습니다. 그녀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는데, 이빨로 공중그네를 타는 묘기로 유명했습니다. 😬

드가는 미스 라라를 스케치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드가가 미스 라라를 천상으로 승천하는 성녀로 묘사했다고 믿는데요. 드가는 그녀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포즈와 의상을 부각시켰습니다. 또한 보는 이에게 서커스장 객석에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 줍니다.

모자를 만드는 여자

Edgar Degas, The Millinery Shop, 1879/86, Art Institute of Chicago.

드가를 떠올리면 발레리나, 목욕하는 사람, 승마 그림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드가가 좋아했던 또 다른 주제는 바로 밀린너(milliner = 모자를 만드는 여성)들이었어요. 1870~1890년은 모자 제작자들에게 황금기였습니다. 파리는 그 당시에도 세계 패션의 중심지였고, 약 1,000명의 밀린너가 일하고 있었어요. 👒

안 그래도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금수저 출신 드가는 이 하이패션 모자와 이를 만드는 여성들에게 매료되었습니다. 폴 고갱은 항상 잘 차려입고 멋을 부리던 드가를 “모자 상점 앞에서 황홀경에 빠지는 사람"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어요.

드가는 밀린너들을 향해 "가장 우아하고 품격 있는 파리의 전문 여성 인력들"이라며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위대한 콜렉터, 드가

Mary Cassatt, Girl Arranging Her Hair, 1886, National Gallery of Art

드가는 위대한 화가인 동시에 놀라운 미술품 콜렉터이기도 했습니다. 사후에 공개된 그의 컬렉션은 작품의 퀄리티, 크기, 희소성이 대단했을 뿐만 아니라 드가의 예술적 취향을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앵그르, 들라크루아, 도미에 등 19세기 프랑스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고, 특히 마네, 세잔, 고갱, 고흐, 휘슬러 등 동시대 거장들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자신의 그림과 물물교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

드가는 총 5천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했었어요. 호감이 있었지만 평생 여사친으로 지낸 미국 여성화가 메리 카사트의 작품들도 눈에 띕니다. 그가 소장했던 작품들은 1918년 파리에서 세기의 경매라고 불린 경매에서 모두 팔렸고 세계 각지로 흩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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