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6] 한 해의 묵은 때를 씻어버리세요.
![]() 목욕하는 그림에 담긴 의미 Jean-Leon Gerome, The Turkish Bath, 1885 목욕은 물을 통해 몸과 마음의 더러움과 슬픔을 녹여버리고 깨끗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침수의 체험을 하는 것이다.
소멸과 재생, 그것이 바로 목욕을 통한 회복의 진정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 이주은의 《그림에, 마음을 놓다》 중에서 - 목욕이라는 소재는 전통적으로 화가들에게 좋은 그림 거리였습니다. 특히, 목욕하는 여자는 더더욱 말이죠. 어떤 이는 포용을 상징하는 여성과 물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정화와 회복, 용서를 나타냈습니다. 여성 체형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포즈로 그려내며 작품의 유려함을 뽐내기도 했죠. 또 누군가는 남을 엿보며 쾌락을 느끼는 관음증과 같은 인간의 내재된 욕망을 건드려 호응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번 아트레터에서는 목욕이라는 소재를 통해 의미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목욕 #한해를_되돌아보며 #목욕재계 #관찰자_모드 1. 폴 세잔 - 목욕하는 여인들 (The Large Bathers) Paul Cezanne, The Large Bathers, 1898–1905,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세잔은 죽기 전까지 이 그림을 7년 동안 작업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세잔의 가장 훌륭한 작품이자, 세계 걸작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이 작품은 그가 ‘목욕’이라는 주제로 그린 여러 그림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Large Bathers’로 불릴 만큼 대형 사이즈였기 때문에 목욕 연작의 정수로 일컬어집니다. 세잔은 시대를 초월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모든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벌거벗은 형상들이 뒤편의 나무와 강에 의해 삼각형 액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구성되었죠? 마치 르네상스의 티티안이나 루벤스 같은 거장들을 연상케 합니다. 세잔은 형태의 단순화, 구성의 기하학화를 통해 큐비즘과 추상 예술의 강력한 토대를 만들며 현대 미술의 문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2. 에드가 드가 - 욕조 속의 여인 (Woman bathing in a shallow tub) Edgar Degas, Woman bathing in a shallow tub, 1895, Metropolitan Museum of Art 드가는 파스텔을 이용해 목욕하는 여성의 누드를 빠르고 부드럽게 그려 나갔습니다. 그는 파스텔의 자연스러움을 좋아했는데, 유화나 수채화와 달리 마를 시간이 필요 없어 이미지를 여러 번 다시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파스텔 작업을 통해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테크닉을 연습하고 적용하며 많은 드로잉 습작들을 남겼습니다.🖍️ 드가는 마치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상을 관찰하는 듯한 그림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작품 속 여성의 모습은 자신의 신체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꾸민다거나 멋진 포즈를 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라 보는 이들이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이처럼 꾸미지 않은 모습은 당시 사람들의 목욕 관습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자료로 사용됩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수도에서 물을 계속 틀어놓는 집은 흔치 않았습니다. 물을 자유롭게 쓰는 것은 부유층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죠.🚿 일반 서민들은 그림에서처럼 약 5cm 높이의 대야에 물을 받아 그 안에서 몸을 적시며 목욕을 했습니다. 3.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 - 터키탕 (The Turkish Bath) Jean Dominic Ingres, The Turkish Bath, 1862, The Louvre, Paris 이 작품은 목욕탕에서 쉬고 있는 여성들을 표현한 것으로, 창백한 피부의 여성들을 포함해 은은한 색채로 유명합니다. 여성들의 몸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신체가 매우 둥글게 말려 있으며 마치 골격이 조금 부족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성들은 원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배치되었는데, 이는 에로티시즘을 높이는 곡선 배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간중간 여성들이 두르고 있는 터번과 같은 헤어 타월, 화려한 색상의 꽃무늬 소품, 몽환적인 수증기 등을 통해 작가가 오리엔탈리즘에 깊이 취해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작품명이 “터키식 목욕탕”이니까요.🧖🏼♀️ 4. 신윤복 - 단오풍정 (端午風情) 신윤복, 단오풍정, 19세기 초반, 종이에 먹과 채색, 28.2cm×35.6cm, 국보 135호, 《혜원전신첩》, 간송미술관 소장.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그림,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입니다. 이 그림은 음력 5월 5일 단옷날에 하는 여인들의 놀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묘사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가치가 큽니다. 골짜기에 모여 나무에 그넷줄을 매달아 추천(그네 타기) 놀이를 하고, 옷을 훌훌 벗어내 냇물에 멱을 감으며 그녀들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이때, 산에 사는 동자승 둘이 바위틈에 숨어 그 풍경을 몰래 보며 낄낄거립니다.😆 신윤복의 작품에선 자주 금기를 깨는 장면을 그려 넣어 인간의 본성과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리고, 막고, 억제하는 조선의 유교문화를 풍자하는 예술가의 기지가 돋보이는 조선 후기 작품의 백미입니다. 소소(笑笑)한 북촌 사진전 개최 ![]() 지난 가을, 언택트 가이드로 북촌을 여행하고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문화예술행사인 아트-인-액션 북촌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성원으로 12월 한달 동안 사진전이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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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 아트레터를 못 보셨다면? vol.35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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