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9] 스토리가 있는 판화 작품들

2021-11-27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5가지 판화

예술이 배달 왔어요💌
2021.11.26 Vol. 69

스토리를 품은 판화

시바타 제신, Autumn Grasses in Moonlight, 목판화, 1872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종이나 천에 시각예술 작품을 인쇄하는 판화(版畵)는 종이가 서양에서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15세기부터 발전했습니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화[신라의 다라니경(704년)]를 가진 곳은 바로 한국입니다. 😎)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지식을 활용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고, 유럽 전역에서 예술가들은 해부학을 포함해 각종 삽화들을 보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죠. 또 어떤 나라에서 어떤 분야의 콘텐츠가 인기가 있는지 알게 되기도 했고, 복사본 자체가 예술적인 매체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아트레터에선 알고 있으면 유익할만한 5가지 판화 작품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할게요! 

1. 알브레히트 뒤러 - 묵시록

Albrecht Dürer, The 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 1498,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NY, USA.
독일의 화가이자 판화 제작자인 알브레히트 뒤러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종말 이야기를 목판화로 만들어 큰 명성을 얻었습니다. 뒤러는 15세기에 흔치 않던 저작권의 개념을 주장하기도 한 진보적인 예술가였는데요. 🤨 그가 그린 묵시록(종말론) 판화 시리즈는 1498년에 처음 출판되었어요. 특히 세기말이 찾아올 때마다 언급되던 주제였기 때문에 당시 인기가 매우 많았습니다. ☠️

15개의 목판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위 그림인 <묵시록의 네 기사>인데 지금도 유명해요. 기사들은 요한계시록의 예언에 따라 인류에게 돌격하고 있습니다.
  • 첫 번째로 활을 든 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정복을 하고,
  • 두 번째로 칼을 휘두르는 전쟁이 오고,
  • 세 번째는 저울을 들고 흉년을 몰고 와 기근이 옵니다.
  • 마지막으로, 삼지창을 든 자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죽음을 뜻합니다.

죽음의 바로 아래 왼쪽 구석에선 종말론을 대표하는 지옥의 괴물이 가톨릭 신부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표현을 통해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있기 전에 사람들이 얼마나 종교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2. 프란시스코 고야 - 전쟁의 참화

Francisco Goya, They Do Not Want To, plate 9 from The Disasters of War, 1810s, The British Museum, London, UK.
스페인의 대표 궁정화가인 프란시스코 고야는 초상화나 역사적 장면을 그리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습니다. 그중 프랑스와 그의 조국 스페인 사이에서 벌어진 반도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전쟁의 참화> 판화 시리즈는 당시 스페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적으로 알 수 있는 역사적 자료이기도 합니다.💣

사실 고야는 정치적으로 일관된 신념을 가진 예술가는 아니었어요. 처음엔 진보적인 프랑스 정치를 신봉하고 그들의 자유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 군대가 스페인에 몰려왔을 때 그들이 기존 스페인 군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하고 말아요. 전쟁의 현실을 본 고야의 충격은 결과적으로 1810년~1820년 동안 <전쟁의 참화>를 창작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총 82장의 판화는 크게 3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첫째, 47개의 판화에는 프랑스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어떻게 학살하고 처형했는지, 진보의 명목으로 어떻게 여성들을 유린하고 그들의 자유를 짓밟는지에 대한 비열한 행동을 담았습니다.
  • 둘째, 16개의 판화에는 1811-12년 기근으로 인한 힘든 상황을 그렸습니다.
  • 셋째, 마지막 판화에는 전후 스페인의 억압적인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야는 진보를 꿈꿨지만 그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어요. 🤦‍♂️ 그가 바라본 전쟁의 끝없는 비극은 오랜 검열을 거쳐 고야가 죽은 뒤 35년 만에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3. 가쓰시카 호쿠사이 - 후지산 36경

Katsushika Hokusai, Under the Wave off Kanagawa (Kanagawa oki nami ura), also known as The Great Wave, 1831,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NY, USA.
<후지산 36경>은 일본인 예술가 호쿠사이가 그린 목판화 시리즈입니다. 이 연작은 1830년에서 1833년 사이에 제작되었는데 “부유 세계의 그림”를 의미하는 우키요에 기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우키요에는 순수한 색상과 깨끗한 라인이 가장 특징입니다. 🖍 전통적으로는 궁중 모습이나 초상화를 주제로 그리는 것이 특징이지만 호쿠사이는 서민들의 생활상을 강조하며 변주를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보았을 만한 가장 유명한 작품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Under the Wave of Kanagawa)’입니다. 거대한 파도가 전경에 있고 세 척의 배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저 멀리 출렁이는 바다 사이에 자리 잡은 후지산이 보입니다. 🗻 후지산은 일본에서 가장 높고 신성한 산으로 여겨집니다. 나머지 판화 시리즈에서도, 모든 작품 속에선 산이 두드러집니다. 호쿠사이는 네덜란드의 동판화를 공부했고 선형의 원근법과 밝은 프러시안 블루에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유럽에서 그의 작품은 고흐를 비롯해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4. 윌리엄 호가스 - 방탕아 일대기

William Hogarth, A Rake’s Progress: VI. The Gaming House, 1735. Google Arts & Culture.
영국의 동판화가 윌리엄 호가스는 18세기 영국 화단을 대표하는 국민적인 예술가입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사회풍자로 유명했습니다. 부패한 귀족과 상류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탐욕스러운 성직자, 게으른 군인, 가난한 하류 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회계급의 관습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

그의 유명한 판화 연작인 <방탕아 일대기>는 8개의 그림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부도덕한 사람을 뜻하는 ‘레이크(Rake, 갈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옥스퍼드에서 돌아옵니다. 그러면서 임신한 약혼녀 사라를 버리고 가진 돈을 유흥, 매춘이나 도박으로 탕진하다가 빚을 지고 체포되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라는 레이크를 구금해주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죠? 다른 부유한 상속녀와 결혼하고 또다시 재산을 날려 결국 빚쟁이가 되며 감옥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

5. 구스타브 도레 - 실낙원

Gustave Doré, Book I lines 44-45, 1866, private collection. Meister Drucke.
판화는 문학 작품 속 삽화로도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존 밀턴의 <실낙원(Paradise lost)>은 사탄의 반란과 인간의 몰락을 다룬 12권의 서사시입니다. 😈 1667년에 처음 출판된 이 책은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키츠나 바이런 같은 새로운 세대의 시인들, 그리고 훨씬 후에 ‘반지의 제왕' 저자인 J.R.R. 톨킨 같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구스타브 도레는 19세기의 가장 유명한 삽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단테의 인페르노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포함한 많은 고전 문학의 삽화를 그렸어요. 실낙원을 위해 도레는 그림에 원서의 웅장한 느낌을 불어넣으며 50개의 판화를 제작했고, 인류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판화성서를 완성했습니다. 📖

🦭
“다양성이 없는 단순함은 너무 지루합니다.”

- 윌리엄 호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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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예술, 문화와 같은 여러 콘텐츠를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즐기기 위해 판화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아트램프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예술적 가치를 더 많은 분들과 경험할 수 있도록 힘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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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8] 리듬 속의 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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