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2] 야 너두 예술 할 수 있어!

👋 예술, 어렵지 않아요~

예술이 배달 왔어요 💌
2021.09.23 Vol. 62

이게 예술이면 나도 예술가?

파이프를 그려 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말하는 예술가의 패기를 보라.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은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안일한 시선을 꼬집는다. 
"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다! "

예술 작품을 볼 때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나요? 오늘은 이와 같이 조금은 난해하고, 누구나 따라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들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예술에 대해 짤막하게 짚고 넘어가 볼까요?😊

우리는 종종 어떤 대상을 보고 ‘예술’이라고 칭하며 감탄하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은 대개 아름다운 것을 의미하곤 하죠.🤷‍♀️ 그렇다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예술이 될 수 없는 걸까요? 이러한 기준이라면 이해할 수 없을 수많은 현대 미술 작품들은 예술이라고 부르기 어렵지 않을까요?

예술의 정의에 대해 질문에 질문을 거듭할수록 점점 어렵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오늘 아트레터에 주목한다면 예술이 더욱 쉽고 재미있게 이해되실 거예요.💡

1. 몬드리안

Piet Mondrian, Lozenge Composition with Yellow, Black, Blue, Red, and Gray, 1921,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USA.
피에트 몬드리안은 신조형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신조형주의를 쉽게 설명하자면 기하학적 추상주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화면 안에 수직선과 수평선이 교차하며 나타나는 인공적인 이미지가 특징입니다. 직선적이고 깔끔한 이미지 덕분에 인테리어에 자주 쓰여 일상에서도 몬드리안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익숙해서일까요? '자만 있으면 나도 그리겠다.’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쉬운 그림 같아도 막상 시도해보면 생각만큼 잘 표현되지 않죠.

몬드리안은 수직과 수평, 삼원색과 무채색을 통해 자연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순수한 추상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직선을 나열하기보다는 철저한 설계를 통해 대칭을 피하고 화면 안에 리듬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질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몬드리안의 작품은 쉽고 간결하지만 영리합니다.


2.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Untitled (Painting), 1953-54,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USA.
마크 로스코는 색면추상의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로스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느낀 허무와 상실을 색채를 통해 표현합니다. 요소를 추가해 표현하기보다는 화면 그 자체의 평면성에 집중해 단순화합니다. 여러 가지 색을 마구 섞어 캔버스에 바르기만 했을 뿐인데 어떻게 이 작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마크 로스코는 거대한 크기와 강렬한 색으로 만들어 낸 자신만의 우주를 감상자에게 선사합니다. 웅장함으로 압도하는 로스코의 작품은 감상자가 직접 개입해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합니다. 이로써 감상자는 작품의 일부분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인터넷에 그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고 온 후기를 검색해보면 알 수 없는 감정에 압도되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이렇듯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극도로 정제된 이미지를 통해 작가와 감상자 사이 감정의 동화가 이루어지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나는 추상주의 화가가 아니다. 나는 그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 마크 로스코

3. 윤형근

Yun Hyong-Keun, Burnt Umber & Ultramarine Blue, 1978, Tate Modern Museum, London, UK.
윤형근은 단색화로 유명한 한국의 화가입니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키워드는 ‘청다색’ 입니다. 암갈색과 군청색이 섞여 은은한 묵직함을 안고 태어난 청다색은 묘한 느낌의 검정을 만들어냅니다. 윤형근은 이 색을 이용해 수묵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농담(濃淡)과 번짐을 유화로 구현했습니다.🎨

삶은 기쁨과 슬픔이 번갈아 가며 일어나는 공간입니다. 혼란스러운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죠. 그러나 윤형근의 작품을 통해서라면 아주 내밀한 자아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화면 안에서 두드러지는 검은빛의 기둥은 감상자를 심연으로 끌어당깁니다. 그 심연 속에서 우리는 상반되지만 혼합되어있는 모순적 감정 사이를 유영합니다.

"감동이란 인간사 희비애락과 같다. 희는 곧 차원을 뒤집으면 비가 아닌가? 즉 가장 아름다운 것은 희요 곧 비이다. 그래서 예술은,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슬픈가 보다. 그래서 가장 슬프면 눈물이 나고 가장 기뻐도 눈물이 나오게 마련인가 보다." - 윤형근

4. 뒤샹

Marcel Duchamp, Fountain, 1917, replica 1964, Tate Modern Museum, London, UK.

지금 당장 화장실로 들어가 보세요. 눈앞에 뭐가 보이시나요? 시야에 들어오는 것 중, 예술이라고 느껴지는 대상이 있나요⁉️ 남성용 소변기에 대충 서명 하나 한 게 전부인 것 같은 이 작품이 어떻게 몇천만 달러에 낙찰이 되었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으실 거예요. 하지만 다다이즘에 대해 살짝 관심을 들여보면 이 작품이 왜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있답니다!

다다이즘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 운동입니다. 세계대전으로 인한 허무와 부정적 감정은 기존 예술에 대한 반발로 이어집니다. 전통을 철저히 배제하고 관습을 파괴하며 새로운 형태의 예술에 도전합니다. 이렇듯 뒤집어 놓은 남성용 소변기를 당당하게 미술관 안으로 들여온 뒤샹의 <샘>은 다다이즘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뒤샹은 ‘레디메이드’, 즉 기성품을 예술 작품으로 변환하는 행위를 통해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따라서 평범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소변기도 그의 의도 아래 <샘>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었던 것이죠.👍🏼

5. 피에로 만초니

Piero Manzoni, Artist's Shit, 1961, Tate Modern Museum, London, UK.

이 통조림이 예술이라고? 그런데 어떤 통조림인지 알게 된다면 더욱 황당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이 작품은 바로 전위예술가 피에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입니다. 통조림 외부에 적힌 글귀를 읽어볼까요? 1961년 5월에 생산된 예술가의 대변 30g이 신선하게 보존되고 있다고 쓰여있네요.

피에로 만초니는 "네 작품은 똥이야! (Your work is shit!)"라고 말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참 유쾌하죠? 하지만 그 내막은 단순히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대변의 무게를 당시 금이 거래되던 가격과 동일하게 두어, 돈이 중심이 되어버린 과열된 예술 시장에 일침을 날렸지요. 그러나 정말 모순적인 사실은 현재 이 작품이 자본가에게 환호받으며 몇십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작품을 통해 느낀 것처럼 예술은 아름다움과 추함 등의 심미적인 기준으로만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문화라는 인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창작활동을 말할 수도 있겠죠. 이러한 의미들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하세요.

감상하는 순간, 찰나의 전율을 일으키는 대상이 있다면 그게 바로 예술이라는 것! 오늘은 일상 속 나만의 예술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예술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에디터 영이었습니다!

ARTLAMP - Online Exhibition
김동형, 김나은 2인전 ≪半:反[반:반]≫
2021. 9. 15 ~ 10. 12

아트램프가 기획한 2번째 현대미술 온라인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를 감상하고 설문조사에 참여하신 분들 중 10분을 추첨해 커피 기프티콘을 드리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fjr***@naver.com님께서 재미있게 보셨다는
지난 호 아트레터를 못 보셨다면? 👀

[vol.61] 흐르는 강물을 담은 그림
아트램프 | ARTLAMP.ORG
서울 구로구 신도림로 13길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