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0] 릴리 엘베, 이 부캐는 진심이었어
The universe is made of stories, not of atoms. 한 이야기가 당신의 세계를 만듭니다. 세계 최초 성전환 수술을 한 예술가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요즘, 현실을 잡아먹는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들의 인기가 뜨겁죠? 그런데 여기 개그맨이나 유튜버가 아닌 자신이 만든 캐릭터의 세계관이 곧 실제 현실이 된 예술가가 있습니다. 그것도 100년 전에 말이죠! 이번 아트레터에서 전해드릴 소식은 부캐가 본캐가 된, 한 예술가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릴리 엘베의 생전 모습 [사진 제공: Waldina] 릴리 엘베(Lili Elbe, 본명 Einar Wegen)는 20세기 초 덴마크의 풍경화가로, 세계 최초로 트랜스젠더 여성이 된 놀라운 이력을 가진 예술가입니다. 그에겐 1904년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만나 결혼한 게르다 베게너라는 와이프가 있었습니다. 게르다는 아르 누보 특유의 에로틱하면서도 분리파 스타일로 유명한 화가였는데, 그녀의 작품 속 모델은 그녀의 남편인 에이나르였습니다. 여기까진 서로를 사랑하고 위해주는 평범한 부부인 것 같죠?👩❤️👨 Lili Elbe (Einar Wegener), portrait par Gerda Wegener, huile sur toile, 1922. Centre Pompidou, MNAM-CCI, achat de l’État 1927. 자, 여기 아내가 그린 남편의 모습을 보세요. 고혹적이고 요염한 한 여자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네, 맞습니다. 게르다는 여성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요! 그는 아내의 작품을 위해 여장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여성 부캐인 릴리의 의식적인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에이나르는 클라인펠터 신드롬을 타고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회자되지만 현재까지 사실로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Gerda and Einar Wegener, 1924, Royal Library, Copenhagen, Denmark. 이 부부는 연인일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게르다는 당시 여성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작품 속 피사체 대부분을 여성의 모습으로 채웠는데요. 시간이 지나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작품 속 여자로 분장하고 모델이 되어주길 제안했고, 격려와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Gerda Wegener, Lili Elbe, c. 1928, wiki art 이 재능 있는 아내는 남편의 여성스러운 외모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묘사함으로써 예술가로서의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아이나르는 여성 분장을 한 자신에게 릴리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릴리는 아이나르와는 완전히 다른 릴리만의 독특한 성격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는 릴리를 “경솔하고 변덕이 심하며 굉장히 제멋대로인 여자로, 강한 남자들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지만 뒤에선 우는 여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1912년, 부부는 파리로 이사했습니다. 많은 파티와 사교 모임에 참석하는 동안, 게르다는 릴리를 자신의 언니라고 소개하며 동행했습니다. 게르다는 점차 화가로서 인정받고 예술가로서 꽃을 피웠지만, 아이나르는 혼란스럽고 불행했습니다. 점점 아이나르는 그림 그리는 일에서 멀어지고 결국 완전히 화가로서 삶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릴리답지 않은 신체를 어떻게 하면 여성스럽게 바꿀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릴리 엘베의 모습, Wiki art 릴리의 삶을 살기를 원했던 에이나르는 현실에 실망하면서 그 동안 그렸던 많은 그림들을 팔았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판 수익으로 몸을 변화시키기 위해 독일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1930년, 수술 후 릴리 엘베는 공식적으로 완전한 여성이 되었고, 직후 덴마크의 국왕은 둘의 결혼을 무효 처리하고 맙니다.❌ 첫 수술을 받기 훨씬 전부터 아이나르는 남성의 몸을 가졌지만 꾸준히 드레스를 입고 가발을 썼습니다.👗 이 부부를 알던 지인들과 친구들은 게르다가 어째서 남편의 성전환 수술을 허락하고, 심지어 격려까지 했는지 의아해 했습니다. 특히나 그 당시 성 정체성의 자유란 엄격하게 다뤄진 사회적 규범이었으니까 말이죠. 한 가지 전해내려오는 추측은 게르다가 동성애자였다는 썰입니다. 그녀가 레즈비언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 또한 여성의 미(美)를 주제로 그렸다는 것이죠. 릴리가 신체적으로 여성이 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사명을 다했지만, 불행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새로운 몸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큰 거부감을 느끼고 비난했습니다.😤 1년 후, 그녀는 결국 수술로 인한 면역 거부 반응으로 생긴 합병증으로 48세의 나이에 독일 드레스덴에서 사망합니다. '대니쉬 걸' 포스터, 2015 2015년, 영국 감독 톰 후퍼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했습니다. 바로 대니쉬 걸이 그 영화입니다. 에디 레드메인과 알리샤 비칸데르 주연의 이 영화는 두 배우의 섬세하고 기품있는 연기와 20세기 초 유럽의 풍경 및 아름다운 미학적 영상으로 전세계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 '대니쉬 걸'의 한 장면 나는 릴리처럼 생각하고, 릴리처럼 꿈을 꿔. 그녀는 늘 내 안에 있었어. - 에이나르 베게너/릴리 엘베 내 안에 깊이 숨은 또 다른 자신을 찾는 일. 과정이 힘들고 괴로울까봐 외면하고 싶지만 한번 지긋이 내면을 바라보세요.
나보다 더 나다운 모습을 찾는 여행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게 겁쟁이라도 혹은 울보여도 괜찮아요. 아램이는 여러분의 또 다른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한 주에 한 번, 이메일로 아트레터💌가 찾아갑니다. 온라인 문화생활을 즐기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 아트램프가 보내드리는 아트레터를 구독하세요. 차곡차곡 쌓여가는 예술 상식과 미감(美感)에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지난 호 아트레터를 못 보셨다면? [vol.49] 예술 세계관을 뒤흔드는 NFT란 녀석!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