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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씩 메일박스에서 만나는 달콤한 편지 한 통 

💌 아트레터란?

예술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내면의 성찰을 바라며 아트레터는 시작되었습니다. 고전 명화에서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한 편지에 4-5 작품을 소개하며 일상을 살아가는데 울림을 주고자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단 5분의 시간을 예술에 집중해 보세요.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아트 스토리와 미감을 높여줄 예술 작품이 삶을 보다 완성도있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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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45] 엄마가 되어서야 알았다. 소중한 너를.

2021-02-04
👩‍👧엄마는 딸바봉. 엄마는 나밖에 몰라.



모성애를 그린 그림

박래현, <자매>, 1955, 종이에 수묵담채, 72.5×57cm, 개인소장 (사진 촬영: 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아트램프)
아침 6시쯤 일어나 기저귀 빨기, 밥 짓기, 청소하기, 아침 식사가 끝나면 이것저것 치우고, 닭의 치다꺼리, 아기 보기, 정오면 점심 먹고, 손이 오면 몇 시간 허비하고, 저녁 먹고 곤해서 좀 쉬는 동안에 잠이 들면 자, 그러면 본업인 그림은 언제나 그리나.

- 박래현, <결혼과 생활>, 1948 -

지난 1월 현대미술관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종료한 전시가 있습니다. 바로 여류작가 박래현삼중통역자입니다. 박래현은 알려진 대로 운보 김기창의 아내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근대 미술을 이끈 여성 예술가였습니다. 그녀의 글에선 가사와 육아에 쫓겨 온전히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작가의 번민이 드러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 예술가들은 그림을 그릴 환경을 갖기 어려웠습니다. 화가가 되어도 남성 예술가의 작품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기가 힘들었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도 쉽지 않았죠. 그런 데다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게 되면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해 독신을 고수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그에 반해 결혼을 한 후에 자신이 가장 애착하는 대상인 자녀를 화폭에 그리며 예술 세계를 이어나간 여성 화가들도 있습니다. 이번 아트레터에선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를 대표하여 아이를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묘사한 작품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베르트 모리조와 줄리

Berthe Morisot, Julie Daydreaming, 1894, private collection

베르트 모리조는 폴 세잔, 에드가 드가, 클로드 모네, 카밀 피사로를 포함한 프랑스 인상파 그룹의 일원이었습니다. 모리조는 에두아르 마네와 함께 많은 작업을 했고, 1874년 그의 동생 유진 마네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딸 줄리를 낳게 되죠. 모리조는 딸의 그림 약 150점을 제작했고, 각 작품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딸의 성장을 엿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많은 그림 중, 1894년에 그린 '줄리 데이드리밍'은 줄리 연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1년 후, 줄리가 폐렴으로 아프자, 모리조는 줄리를 정성으로 돌봤습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모리조는 줄리와 같은 병에 걸렸고 1896년에 사망하고 맙니다.😨

평론가들은 모리조의 작품을 보고 “그녀는 남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에는 나타나지 않는 절제되고, 가정적인 세계관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2. 엘리자베트 비제 르 브룅과 줄리

Élisabeth Louise Vigée Le Brun, Self-Portrait with Her Daughter, Julie, ca. 1789, Louvre, France. Wikimedia Commons.

여기에 또 다른 줄리가 있습니다. 바로 유명한 18세기 초상화 화가인 르 브룅의 딸입니다. 그녀는 딸을 굉장히 예뻐하고 사랑했습니다. 딸을 순수하고 평화로운 피사체로 묘사하곤 했는데, 일기장에 이렇게 쓴 기록이 있습니다.

“딸아이의 얼굴엔 인정과 선함이 가득하다. 눈코입은 아주 똑 부러지고 섬세하며, 아이의 몸, 목, 팔은 사랑스럽고 얼굴에 맺힌 생기는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 이상으로 매혹적이다."

르 브룅과 줄리가 함께 있는 초상화는 당시에 매우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가 입을 벌린 채 웃으며 딸을 편안하게 안고 있고, 아이와 있어 즐거운 모습을 실감 나게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초상화에 그려진 사람들 대부분은 웃음기 없이 화면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또, 그 시절 영유아기의 자녀들은 대개 보모들이 돌보았기 때문에 어린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친근하지 않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르 브런은 한눈에 봐도 어린 딸과 유대관계가 강해 보입니다. 남편에게 순종하고, 아이에게 엄격한 전형적인 어머니의 역할을 거부한 르 브룅은 굉장히 급진적인 화가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메리 카사트와 아이들

Mary Cassatt, The Child’s Bath, ca. 1893, American © Art Institute of Chicago, USA.

미국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유학하며 인상주의에 눈을 뜬 메리 카사트는 주류인 남성 화가들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자신이 가진 고유한 여성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성 화가들은 표현할 수 없는 여성만의 특별한 감정이나 경험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고, 그렇게 선택한 주제가 바로 여성과 아이 그리고 모성애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사트에게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아이를 갖게 되면 예술의 질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주위엔 모델이 되어줄 여성 지인과 아이들이 많았고, 그들을 통해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2004년 트레이시 에미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를 가진 훌륭한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남자입니다.”
앗, 뼛속까지 아파오네요.😓

4. 파울라 모더존 베커와 마틸드

Paula Modersohn Becker, Reclining Mother and Child II, 1906, Kunsthalle Bremen, Germany. Wikimedia Commons

독일 화가 파울라 모더존-베커가 그린 이 그림은 매우 힘차고 원시적입니다. 엄마와 아이는 서로 마주 보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다른 어떤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요?


누드 자화상을 실험한 최초의 여성 화가였던 베커의 이 작품은 실물 크기로 제작되었는데, 아이를 감싼 그녀의 몸은 아기의 세상을 지켜주는 따뜻한 보호막처럼 느껴집니다.

예술적 자유를 추구하면서 아이 갖기를 원하지 않았던 그녀는 결혼한 지 6년 만에 딸 마틸드를 낳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1세의 나이, 마틸드가 태어난 지 18일째에 산후 색전증으로 사망하고 맙니다. 그녀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 뱉은 말은 “아, 가엾어라 (What a pity.)” 였습니다. 마지막 생을 다할 때까지 딸을 생각한 모더존의 모습이 그녀의 작품과 함께 가슴에 깊이 남습니다.😔 
다음 아트레터는 설 명절을 맞아 한 주 쉬어갑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께 사랑을 표현하는 따뜻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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