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화가 '한 판 메이헤른'이 '헤르만 괴링'에게 페르메이르의 그림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간음한 여인과 예수>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이번 주는 흥미진진한 미술계의 스캔들로 문을 열어볼까 해요. 올해 초,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열린 <한국의 보물들> 전시회에서 이중섭과 박수근의 몇몇 작품이 위작이라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6월 26일, 전시가 종료되기 전에 한국 전문가들이 미술관에 초청되어 전례 없는 국제 간담회까지 열어 문제점을 논의했는데요. 직접 가서 보니,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은 물론, 조선시대의 그림과 도자기까지 여러 작품이 위작일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고 해요. 전시 준비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
이러한 사건을 통해, 미술사에서 유명한 위작 사건들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늘 아트레터에서는 역사 속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위작 사건들을 소개해드릴게요. 그럼 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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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반 에이크와 알브레히트 뒤러의 서명 논란
Jan van Eyck, Portrait of a Man with a Blue Chaperon, 1430, Brukenthal National Museum, Sibiu, Romania.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1390~1441)는 북유럽 르네상스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죠. 그의 작품 중 <파란 샤프롱을 쓴 남자의 초상>은 세밀한 표현과 뛰어난 색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서명이 새겨져 있어 오랜 논란이 되었어요. 뒤러는 당시 인기가 굉장히 많아 자신의 작품 위작이 성행하자, 작품에 서명을 남기며 이를 경계한 최초의 화가이기도 해요. ✍️
“멈춰라! 교활한 자들아, 수고를 모르는 자들아, 남의 노력을 가로채려는 자들아! 감히 내 작품에 그 더러운 손을 대지 마라 (…) 똑바로 듣고 명심하라! 원한이든 탐욕이든 이유를 불문하고 (내 판화를 위조해 팔면) 모든 것이 압수당하고 너희 몸까지 위험에 처할 것이다.” - 알브레히트 뒤러, 판화 연작 ‘성모의 생애’ 중
얀 반 에이크의 그림에 이러한 뒤러의 서명이 함께 있으니 혼란이 발생한 것이죠. 뒤러의 서명은 18세기에 누군가가 작품에 서명과 함께 1490년이라는 연도를 추가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당시 뒤러의 작품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빌려 작품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겠죠. 🤨
이 논란은 19세기와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졌습니다. 많은 미술사학자들이 이 그림의 진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어요. 그러다 1991년, 복원 작업 중 적외선 분석을 통해 그림이 얀 반 에이크의 원작임이 밝혀졌습니다. 밑그림과 붓질 분석 결과, 반 에이크의 독특한 기법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죠.
결국, <파란 샤프롱을 쓴 남자의 초상>은 얀 반 에이크의 작품임이 확인되었지만, 뒤러의 서명을 누가, 왜 추가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나치의 괴링도 속인 한 판 메이헤런
Han van Meegeren, The Supper at Emmaus, 1936,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Rotterdam, Netherlands.
여기, 위작으로 나치의 괴링까지 속인 위작의 전설(?), 사기꾼 ‘한 판 메이헤런’을 소개합니다. 한 판 메이헤런(이름부터 한 판…🫨)은 20세기 최고의 위작가로,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완벽히 모방해 많은 사람들을 속였어요. 그의 대표적인 위작 중 하나는 <엠마우스에서의 만찬>인데, 이 작품은 당시 유명한 미술사가 아브라함 브레디위스가 진짜 페르메이르 작품으로 인정할 정도로 정교했습니다.
메이헤런은 원래 고전화풍을 추구하는 화가였는데, 당시 인상주의가 주류였던 미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어요. 이에 그는 비평가들을 골탕 먹이기로 결심하고, 페르메이르의 화풍을 완벽히 모방하기 위해 4년간 연습했습니다. 17세기 캔버스를 구해 페르메이르의 붓과 동일한 도구를 사용하며, 그림을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화학 처리까지 했죠.
자신에게 악평을 쏟아내는 비평가들을 망신주기 위해 시작했던 위작이 고가에 팔리자, 메이헤런은 계속 그림을 그려 팔았고 나치 독일의 고위 인사였던 헤르만 괴링에게까지 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메이헤런은 나치 협력자로 몰려 사형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작품이 위작임을 밝히고, 법정에서 직접 위작을 그려 보이며 자신의 말을 증명했어요. 경찰 관계자들의 감시하에 6주 동안 위작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점차 완성되는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고. 😵💫
결국 메이헤런은 미술품 위조 혐의로 1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2008년 BBC에서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기꾼으로 뽑혔습니다.
뉴욕의 명문 갤러리, 1천억 원대 위작 스캔들로 몰락
Pei-Shen Qian, Painting in the style of Mark Rothko. Courtesy of Luke Nikas/the Winterthur Museum. Artnet.
165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의 명문 갤러리인 노들러 갤러리(Knoedler Gallery)는 2011년 대형 위작 사건에 휘말려, 미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업계에서 퇴출되다시피 했습니다.
노들러 갤러리는 추상 표현주의 화가인 마크 로스코와 잭슨 폴록의 작품을 포함한 위작을 판매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들은 아트 딜러 ‘글라피라 로살레스’에게서 구입했는데, 갤러리 직원들은 로살레스를 신뢰하며 별도의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어요. 로살레스는 작품들이 익명의 수집가에게서 왔다고 주장했죠.
결국 이 작품들은 모두 위작으로 밝혀졌고, 이를 그린 사람은 중국 출신 교수 페이-셴 치안이었습니다. 이 위작 거래로 노들러 갤러리는 약 8천만 달러(한화 약 1천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사건이 밝혀진 후, 갤러리는 문을 닫았고 피해자들에게 8천만 달러를 배상해야 했습니다. 💸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글라피라 로살레스는 위작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으며, 현재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페이-셴 치안은 중국으로 돌아갔고, 자신이 그린 작품들이 위작으로 판매될 줄 몰랐다고 주장했어요. 갤러리의 전 대표 앤 프리드먼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법정에서는 그녀가 위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
이 일화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당신의 눈을 속이다: 세기의 미술품 위조 사건)로도 만들어졌어요. 이 사건으로 미술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갤러리와 콜렉터들이 작품 구매에 있어서 더 신중하게 거래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년간 실종되었던 모나리자 도난 사건
1911년 '모나리자'의 자리가 빈 루브르 박물관. 사진: Wikipedia
1911년 8월 21일,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도난당했습니다. 도둑은 빈센조 페루자. 그는 모나리자 작품을 보호하는 유리 케이스를 제작한 기술자로, 루브르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기에 손쉽게 작품을 훔쳐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훔쳐서 어디에 뒀냐구요? 놀랍게도 2년 동안 루브르 근처에 숨겼져 있었어요. 🫥
이 사건은 대중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많은 사람이 모나리자의 빈 자리를 보려고 루브르를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1913년 말, 페루자가 이탈리아의 한 골동품 상인에게 모나리자를 팔려다 붙잡히면서 사건은 급진전됩니다.
도난 사건 뒤에는 위작 사기꾼 에두아르도 드 발피에르노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복제 화가 이브 쇼드롱과 공모하여 여러 개의 모나리자 위작을 만들고, 페루자에게 진짜 모나리자를 훔치게 했다는 것이죠. 그 후, 발피에르노는 위작들을 진품으로 속여 부자들에게 비싼 값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발피에르노의 존재와 위작의 실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어요.
결국 1914년 1월 4일, 모나리자는 루브르로 돌아왔고, 이 사건은 미술관의 보안 강화를 촉발했습니다. 모나리자는 지금도 철저한 보안 속에 전시되고 있으며, 사건 이후 명성이 더 높아졌어요. 믿거나 말거나, 지금도 “루브르엔 가짜가 전시되어 있고, 진짜는 안전한 곳에 숨겨뒀다”는 썰이 있습니다. 🙄
20세기의 위작 대가, 데이비드 스타인
David Stein, Woman and Circus in the manner of Marc Chagall. Invaluable.
20세기 유명한 짝퉁 화가 데이비드 스타인 이야기입니다. 1935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본명 앙리 하다드인 그는 주로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모방해 위작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스타인은 위작으로 1966년까지 여러 번 감옥을 들락거렸어요.
1960년대, 뉴욕의 한 갤러리에 스타인이 들어가 샤갈의 위작 수채화 3점을 판매합니다. 그는 샤갈의 서명이 담긴 가짜 인증서까지 만들어 함께 팔았죠. 그런데, 같은 날 갤러리에 진짜 마크르 샤갈이 왔습니다. 갤러리스트는 샤갈에게 “방금 선생님의 수채화 3점을 샀어요!” 하자, 샤갈은 “이 망할 놈들!” 외칩니다. 이날, 우연하게도 샤갈이 등장하며 스타인의 위작이 발각된 것이죠. 😎
갤러리스트는 그를 경찰에 신고하긴 했지만, 진품도 못 알아보는 자신과 갤러리의 명성이 추락하는 것이 두려워 경찰 조사에 비협조적이었습니다. 갤러리스트는 구매한 작품을 증거로 제출하지도 않았고, 이로 인해 재판장에서 데이비드 스타인이 직접 그림을 그리며 허술하게 사건을 진행했어요. 결국 스타인은 위작 및 절도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갔습니다.
비록 위작가였지만, 스타인은 화가의 스타일을 완벽히 모방하기 위해 그들의 작품을 철저히 연구했다고 해요. 그는 티백을 이용해 종이를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고, 급하게 만든 그림을 진품처럼 보이게 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 노력파였습니다.
“마티스를 그릴 때는 내가 마티스가 되고, 샤갈을 그릴 때는 내가 샤갈이 된다.”
- 데이비드 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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