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일상 중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종종 우리가 편안하게 앉아 생각하고 창작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주, 아트레터에선 우리의 앉는 자세를 바꾼 독특한 시각과 디자인으로 유명한 의자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이 의자들은 오롯이 기능을 넘어선 예술 작품으로, 우리의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식까지 바꿔놓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특별한 의자들의 아름다움과 창의성을 함께 만나보도록 해요. 💺
토넷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 회사로 비스트로 의자로도 유명합니다. 의자를 보자마자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떠오르셨나요? ☕️
미쉘 토넷(Michael Thonet, 1796-1871)은 독일 출신의 캐비닛 제작자로, 벤트우드 가구를 발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벤트우드란 뜨거운 증기를 이용해 목재를 곡선 모양으로 성형시킨 것으로, 이 방법은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었어요. 1819년, 토넷의 벤트우드 가구의 개발은 유럽 전역에 성공적인 유행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840년대에 오스트리아로 이주하며 흔들의자인 No.1 의자를 제작했고,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렇게 그의 디자인은 국경을 초월해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어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물랑루즈에서(1892)> 작품에 등장한 토넷 No.14.
No.14 의자는 현재도 '의자 중의 의자'로 불리는데, 1930년대 5천만 개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수십억 개에 이릅니다. 1860년에 출시된 이 의자는 당시 획기적인 방식이었던 조립식이었고, 의자를 분리포장하여 물류비를 대폭 감소, 대량 배송이 가능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 레스토랑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죠. 오리지널 디자인은 스팀으로 구부린 나무 조각과 나사, 너트로 만들어졌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러 차례 발전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영국 디자이너 제임스 어바인이 리디자인하여 MUJI에서 판매가 되었어요. 꽤 심플하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업데이트되었으며 오리지널 버전의 반값이 안 되는 29,000엔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번엔 실용적인 형태와 기능을 중요시하는 모더니즘 디자인의 대표적인 의자입니다. 마르셀 브로이어(1902-1981)는 건축가 출신으로, 가구 디자이너로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어요. 건축가로서 추앙받고 싶었지만 사실 건물보다 가구 디자인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죠. 😅
브로이어는 바우하우스의 첫 번째 학생 중 한 명으로, 발터 그로피우스에게 수업을 받았습니다. 1936년 그는 독일을 떠나 여러 나라에서 건축 경력을 쌓았고, IBM 연구 센터, 유네스코 본부 등을 설계했으며 브루탈리즘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브로이어의 가장 유명한 의자 중 하나인 'Wassily™'는 바실리 칸딘스키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것은 아닙니다. 그는 모교인 바우하우스에서 강사로 일하며, 남들 몰래 'B3'라는 이름의 의자를 시제작하고 있었어요. 우연히 그 의자를 본 동료 칸딘스키가 "멋진데? 나도 하나 만들어줘" 라고 같은 모양을 요청했고, 이 일화로 ‘바실리 체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브로이어는 자전거 프레임에서 영감을 받아 이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데 스틸 운동의 구성주의에 영향을 받아 클래식한 의자를 단순하고 선명한 형태로 재해석했습니다. 토넷 공장에서 최초의 산업용 버전을 생산한 것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이 의자가 1929년에 탄생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모습의 의자이기도 한 이 타임리스한 디자인은 주로 대형 오피스 건물의 로비에서 봤을 것입니다. 원래는 1929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국제 박람회의 독일관을 위해 디자인되었던 것이에요.
이 의자는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하는 스페인 왕족을 위해 제공되었죠. 단순한 선과 형태 때문에 유행을 따르지 않아 금융 기관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높습니다. 이 의자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으로, 그 간결함과 세련된 스타일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
찰스와 레이 임스는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였습니다. 👫 부부이자 동료였던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었어요. 1940년, 크랜브룩 예술학교에서 근무하던 찰스는 에로 사리넨과 함께 일체형 몰딩의 혁신적인 '오가닉 체어'를 개발했으며, 이는 공모전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후 임스는 대량생산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이 개발한 폴리에스테르에 유리섬유를 보강한 제날로이(Zenaloy) 소재를 사용해 플라스틱 의자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1950년에 플라스틱 암체어와 사이드체어로 시장에 출시됐으며, 이것은 대량 생산된 첫 플라스틱 의자로 가구 디자인 역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임스 부부는 ‘누구나’ 좋은 의자를 살 수 있게 한 것과는 정반대로 하이엔드 고객을 위해 영국 클럽 의자에서 영감을 받은 라운지체어와 오토만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의자는 20년 넘게 연구했던 곡면 베니어 기술의 결정체로, 편안함과 디자인의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라운지체어’로 불리죠.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 시카고 예술 연구소의 영구 소장품이기도 합니다.
에로 사리넨(1910-1961)은 핀란드계 미국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크랜브룩 예술 아카데미의 강사로 일해, 디자이너였던 찰스&레이 임스와 플로렌스 놀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축가로서 일하기도 했으며, 놀 회사와 협력하여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놀은 사리넨에게 "몸을 웅크릴 수 있는 커다란 베개를 담는 바구니 같은 의자"를 요청했고, ‘움 체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튤립 의자는 이와는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어요.
"일반적인 인테리어에서 의자와 테이블의 다리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의자를 하나의 유닛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 에로 사리넨, MoMA 인터뷰
저도 간혹 어떤 의자나 테이블의 하부가 지저분해 보이고, 예쁘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어 그의 말에 공감이 됐어요. 튤립 의자와 테이블은 모두 외다리형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유리섬유로만 의자를 만들려고 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주조 알루미늄으로 베이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상부는 성형 유리 섬유로 만들어졌으며, 일체형 유닛처럼 보이도록 마감 처리되었습니다.
에로 사리넨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은 에그 체어를 통해 편안함과 프라이버시를 결합했습니다. 공항 라운지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의자는 보호된 날개 안에서 편안한 느낌을 주며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현대의 편의와 스타일을 결합한 결과물로, 사리넨의 역작 튤립 의자와 함께 디자인 역사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 아티스트 소개 공간의 패러독스를 그리는 김수연 작가
김수연, Space 033, 80.3x116.8cm, oil on canvas, 2020
김수연 작가(@paintersookim)는 사람들이 각기 다르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공간에 대해 작업합니다. 의식에서 나아가 무의식 세계까지 연결시킬 경우 공간의 의미는 더욱 확대되고 다양해 집니다. 이렇게 확장된 공간 즉, ‘심리적 공간’은 우리 안에 내재하는 무의식의 근원을 표현하는 하나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가에게 ‘심리적 공간’은 특히 ‘불안’을 배태하는 공간인데요. 차단된 공간 배치와 뚜렷한 명암, 색채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불안을 극대화합니다. 타인의 공간을 또 다른 타인이 멀리서 응시하는 듯한 이미지는 같으면서도 다른 현대인의 심리적 공간의 패러독스를 표현합니다. 🛋️
공간의 패러독스를 그리는 김수연 작가
↪ [Vol.131] 🌤️ 하늘과 자연으로 향하는 예술가의 깊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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