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8] 🌷 행복하려면 평범한 순간을 사랑하세요 : 아트레터

[Vol.188] 🌷 행복하려면 평범한 순간을 사랑하세요

2025.01.11 Vol.188

<페더 세베린 크뢰이어 - 예술가, 그의 아내, 그리고 작가 오토 벤존, 1893>

예술가 부부와 친구가 함께한 아침 식탁. 따스한 햇살 속 대화와 여유가 살아 숨 쉰다.

2025년 첫 아트레터, 반가워요! ✨

요즘 날씨가 정말 춥죠? 강추위와 독감 유행주의보가 겹쳐서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계절이에요. 이런 때일수록 삶의 작은 행복을 다시 돌아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바로 휘게(hygge)처럼요. 북유럽에서 시작된 이 단어는 따뜻한 담요 아래에서 마시는 차 한 잔,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 은은한 촛불이 주는 아늑함을 뜻해요.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평온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죠.

2025년,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이런 소소한 행복을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서 오늘은 ‘휘게 라이프’를 그린 작품들을 준비했어요.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포근함과 행복의 본질을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요. 이번 레터가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줄 담요가 되길 바라며, 시작해볼게요. 😊

(🎟️ 예매권 이벤트가 준비되었으니, 끝까지 함께하세요!)

침묵과 고요함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 회개하는 마리아 막달레나(The Penitent Magdalene) (1638-1643)

조르주 드 라 투르의 <회개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내면의 평화와 사색이야말로 진정한 휘게일 수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드 라 투르는 촛불 하나만으로 어둠 속 따뜻함과 고요함을 그려낸 화가로, "프랑스의 카라바조"라 불리기도 해요. 카라바조의 명암법(키아로스쿠로)을 이어받았지만, 더 단순하고 명상적인 스타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죠. 회개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그의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예요.

빛이 만들어내는 평온한 순간 🕯️
이 그림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촛불의 부드러운 빛 속에 앉아 있어요. 표정은 고요하고, 빛은 얼굴과 손을 감싸며 주변 어둠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죠. 단조로운 구도와 색감 속에서 느껴지는 이 평온함은 바로 휘게의 핵심, 소소한 순간에 집중하며 마음을 평온히 하는 삶을 떠올리게 해요.

깊은 상징과 사색의 여운 💭
옆에 놓인 해골은 삶의 유한함을, 거울은 허영의 덧없음을 상징해요. 하지만 이런 철학적인 상징들조차 이 그림 속에서는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촛불의 따뜻함과 막달라 마리아의 차분한 자세 덕분에, 인생의 진리를 받아들이며 고요히 사색하는 순간으로 다가옵니다.

드 라 투르는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표현을 통해 일상 속에서 마음의 쉼을 발견하게 합니다. 이 작품은 삶의 본질을 받아들이고 내면의 조화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함께하는 시간

노먼 록웰(Norman Rockwell) - 추수감사절의 집(Home for Thanksgiving) (1945)

전쟁이 끝난 직후, 한 가족의 주방을 떠올려보세요.

한쪽엔 군복을 입은 아들이, 다른 한쪽엔 그의 어머니가 감자 껍질을 벗기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노먼 록웰의 <추수감사절의 집>이에요. 🥔 이 그림은 단순한 가족의 일상 같지만, 전쟁 후 평범한 일상으로의 회복과 감사라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죠.

이 작품은 록웰 특유의 섬세함으로 그려졌지만, 현실적인 뒷이야기도 흥미로워요. 사실, 그림 속 어머니와 아들은 록웰의 우유 배달원과 그의 어머니가 모델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완성된 그림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조금 ‘통통하고 나이 들어 보이게’ 그려져 모델 본인은 썩 만족하지 않았다는 귀여운 에피소드도 있답니다. 😄

소박한 순간의 아름다움 🕊️
이 그림은 전쟁터의 총성과는 거리가 먼, 부엌에서의 조용한 순간을 담고 있어요. 감자를 껍질 벗기는 평범한 행동조차 전쟁 후 다시 찾아온 평화의 상징으로 느껴지죠. 이것이야말로 휘게 라이프의 핵심 아니겠어요? 소박하지만 소중한 순간을 만끽하는 것.

경매에서 43억 원에 팔린 그림 💵
그런데 이 따뜻한 그림, 경매에서 얼마나 팔렸을까요? 바로 430만 달러(약 43억 원)! 미국 베테랑 단체가 재정난을 이유로 2020년 텍사스에서 열린 경매에 이 작품을 내놓았는데요, 전쟁 후의 감사와 가족애를 그려낸 이 그림이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해요.

전쟁 후의 치유와 감사 💛
그림이 만들어진 1945년, 2차 세계 대전이 막 끝난 시점에서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화려한 영광이 아니라, 다시 돌아온 평범한 일상이었어요. <추수감사절의 집>은 그 소박한 감동을 그림으로 전한 작품이에요.

록웰의 작품은 우리에게 휘게 라이프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줍니다. 감사와 사랑으로 채운 순간을 진심으로 느끼며, 가까운 사람들과 감사의 마음을 나눠보세요.

건배와 웃음

페더 세베린 크뢰이어(Peder Severin Krøyer) - 힙, 힙, 만세!(Hip, Hip, Hurrah!) (1888)

페더 세베린 크뢰이어의 <힙, 힙, 만세!>는 휘게 라이프의 진정한 기쁨, 함께하는 즐거움을 생생히 담아낸 작품이에요. 이 그림은 덴마크 북부의 작은 어촌 스카겐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모여 한 여름날의 축배를 드는 순간을 그린 것으로, 빛과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장면이 매력적이죠. ☀️🍷

한여름의 햇빛과 축제의 순간 🌞
그림 속 인물들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서로에게 축배를 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크뢰이어는 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잔을 높이 든 손을 통해 축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특히 그림 속 빛의 표현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워요. 자연광이 인물들과 주변 배경을 환하게 비추며 따뜻함과 활기를 더해줍니다.

스카겐 예술가들의 우정 🤝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스카겐 화가 그룹의 멤버들로, 그들은 엄격한 아카데미 전통을 벗어나 일상과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자 한 예술가들이었어요. 그림은 그들이 함께한 우정과 협력, 그리고 예술적 열정을 상징합니다.

4년의 작업 끝에 완성된 자연스러움 ⏳
크뢰이어는 이 그림을 완성하는 데 4년이 걸렸어요. 즉흥적으로 그린 듯 보이지만, 인물들의 위치와 표정, 빛의 흐름까지 모든 것이 철저히 계획되고 완벽히 조화롭게 배치된 결과물이었죠. 그가 이렇게 정성을 들인 이유는 일상의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값지고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크뢰이어는 작품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행복은 특별한 이벤트에서만 오는 게 아니야. 바로 이렇게 일상의 순간 속에서 찾아낼 수 있어."

사람들과 함께 웃고, 좋은 음식을 나누며, 자연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즐기는 것. 여러분도 친구들과 즐거운 순간을 만들어보세요.

놀이의 기쁨

소포니스바 안귀솔라(Sofonisba Anguissola) - 체스 게임(The Chess Game) (1555)

소포니스바 안귀솔라의 체스 게임은 휘게 라이프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특별한 작품이에요. 휘게의 핵심 중 하나인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며 함께하는 순간의 소중함'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혹시 기억하시나요? 소포니스바는 지난 아트레터 179화에서도 소개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드문 여성 궁정 화가로, 그녀만의 독창적인 시선과 스타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예술가입니다.

이 그림은 그녀가 23살 때 그린 것으로, 소포니스바의 세 자매인 루치아, 미네르바, 그리고 유로파가 체스를 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당시에는 이런 가족적인, 일상적인 순간을 화폭에 담는 것이 굉장히 파격적이었죠.

함께하는 즐거움 😄
그림 속에서 미네르바는 체스말을 옮기는 루치아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옆에 앉은 유로파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고 있어요. 이런 순간들은 단순한 체스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갖죠. 경쟁보다는 함께하는 기쁨, 대화를 나누며 웃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줘요. 휘게는 바로 이런,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거니까요.

체스판 위 여성들의 이야기 ♟️
체스는 당시 여성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카드나 주사위 게임과 달리, 지적 활동을 요구하는 게임으로 여겨졌습니다. 안귀솔라는 이 그림에서 여성의 지성과 능력을 체스라는 매개체로 우아하게 표현했죠.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두른 그녀의 자매들은 단순한 여성상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주체적 존재로 그려졌어요.

안귀솔라는 르네상스 시대 여성들에게 열려 있지 않았던 영역을 열며, 여성들이 가진 능력과 가치를 세상에 드러낸 선구자였습니다. 💪 체스 게임은 그녀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였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따뜻함과 기쁨의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노동 속 발견한 여유

김홍도 - 벼타작 (18세기 후반)

때로는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며 나누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휘게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잘 익은 벼를 수확하고 탈곡하는 순간을 그린 풍속화로, 김홍도 특유의 풍자적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땀 흘리며 한 해의 결실을 마무리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생생하고도 유쾌하게 표현됐습니다. 🌾

노동의 기쁨과 활기 🍚
그림 속 농부들은 벼를 개상(긴 통나무)에 힘차게 내리치고, 떨어진 낱알을 빗자루로 모으며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요. 비록 힘든 노동이지만, 이들의 표정에서는 수확의 기쁨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 묻어나요. 김홍도는 이러한 순간을 단순히 고된 노동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활기찬 축제의 한 장면으로 그려냈습니다.

감독자와 농부의 대비 🚬
그림 상단에는 담뱃대를 물고 비스듬히 누워 있는 감독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농부들의 작업을 지켜보며 한껏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 인물은 그림 속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요. 오히려 농부들과의 대비 속에서 유머와 해학을 더하며, 그림의 전체적인 활기를 돋보이게 합니다.

김홍도의 따뜻한 시선 😌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농부들의 모습을 비판적이거나 어둡게 그리지 않았다는 거예요. 서구의 사실주의 그림들이 가난과 계급의 갈등을 날카롭게 묘사했다면, 김홍도는 그들과 달리 노동의 순간조차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표현했어요. 일꾼들의 역동적인 동작과 자연스러운 표정은 이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도 활력을 전해줍니다.

김홍도의 벼타작은 당시 농촌의 일상을 잘 보여주면서, 공동체의 조화와 함께 땀 흘리는 즐거움을 찬미한 작품이에요. 휘게는 꼭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함께 일하고 웃는 순간에서도 피어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땀 흘리며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시간, 그 속에서 느끼는 공동체의 기쁨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