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1] 흐르는 강물을 담은 그림

🏞️ 아름다운 자연에서 지혜와 위로를 받기를

예술이 배달 왔어요💌
2021.09.17 Vol. 61

그림으로 그려진 강(江)

토마스 콜이 그린 1800년대 미국 동부 모습을 간직한 허드슨 강
문명이 시작한 곳의 특징은?👀

바로 강이 있는 곳에서 번성한 것이죠.💦 인간의 삶은 강을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강은 우리에게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어머니같은 존재입니다. 실제로 서울의 한강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대도시는 자연스럽게 강 주변에 지어졌어요. 우리는 이 강을 일터, 교통, 또는 산책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이용합니다.🚶 여러 시대에 걸쳐, 예술가들은 강을 거닐고 바라보며 영감을 찾았습니다.

이번 아트레터에선 세계 곳곳의 강들을 그림으로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차오르는 둥근달만큼 넘실대는 강물을 바라보며 마음까지 충만해지시길 바랍니다.🌔

1. 허드슨 강 - 프랜시스 A. 실바

Francis A. Silva, Kingston Point, Hudson River, ca. 1873, Museo Nacional Thyssen-Bornemisza, Madrid, Spain.
바람이 잔잔하게 불고, 물 위에 떠있는 배에 빛이 부드럽게 비춥니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평화롭습니다. 이토록 멋지게 빛을 표현한 화가, 프란시스 A. 실바입니다. 그는 허드슨 리버 화파로 북미 지역 동부를 흐르는 허드슨 강 킹스턴 포인트에서 편안하고 평화로운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18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은 유럽과 달리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야생 그 자체였습니다. 거칠고 광활한 미국 대륙의 자연은 점차 산업화가 가속화되며 그 모습을 잃어갔지만, 그림 속 1870년대의 풍경은 여전히 차분하고 한적합니다.

허드슨 리버 화파의 대표 화가인 토마스 콜의 작품처럼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예술은 점차 실바의 작품같이 정적이고 평화로운 예술로 대체되었습니다. 격정적인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인들이 삶을 즐길 준비가 되면서 평화로운 예술가들의 작품을 더 선호하게 된 것이죠. 삶을 즐기는 방법 중에 미술 감상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당시 미국인들은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이미지로 집을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만큼 자연 속에 둘러싸이고 싶었던 거죠. 허드슨 강 킹스턴 포인트는 그림을 보고 있는 누구나 즐거운 삶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2. 론 강 -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Starry Night Over the Rhône, 1888, Musée d’Orsay, Paris, France.
고흐는 아를이라는 한적한 마을에서 마음의 평화와 영감을 찾았습니다. 1888년 2월 아를에 도착한 그는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사랑을 노래합니다.🥰 어두운 밤이지만 다양한 음영이 어울리고 섞여 있습니다. 강은 밤하늘을 반사하고 있고, 가로등이 비친 강물은 마치 별처럼 빛납니다. 이 작품은 고흐의 독창적인 별 모양으로 눈길을 끕니다. 자세히 보면 북두칠성도 보여요!🌠

3. 템즈 강 -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Nocturne in Black and Gold – The Falling Rocket, 1872-1877, Detroit Institute of Arts, Detroit, MI, USA.
사람들이 런던 템즈 강 앞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는 템즈 강 근처의 크리몬르 정원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검은색과 파란색의 바탕색에 밝은 노란색을 튀김으로써 생생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 것 대신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더니즘을 추구했습니다. "Art for Art's sake (예술을 위한 예술)"라는 모토처럼, 이 그림은 어떤 교훈이나 윤리적인 의도 없이 오로지 미적 아름다움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당시 논란이 많았습니다. 1877년 예술 평론가 존 러스킨은 이 작품을 보고 미완성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대중의 얼굴에 물감통을 내던졌다”라고 표현하며 못마땅함을 감추지 않았죠. 다음 해 휘슬러는 명예훼손으로 러스킨을 고소했고, 결국 휘슬러가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아주 찰나였습니다. 휘슬러는 손해배상금으로 아주 적은 금액을 받았고, 오히려 소송비용을 갚느라 평생을 고달파했습니다.😫

4. 전설 속의 강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John William Waterhouse, The Lady of Shallot, 1888, Tate Britain, London, UK.

이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시인 테니슨의 시 <샬롯의 여인> 속 한 장면을 라파엘 전파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작품입니다. 13세기 아서왕 전설에 등장한 일레인이라는 여성은 저주를 받아 성 안에 갇혀 온종일 직물 작업을 했고, 거울을 통해서만 외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거울로 바깥의 랜슬롯 경을 보게 되고 사랑에 빠져 성을 탈출해 배를 타고 그를 만나러 강을 건넙니다.🛶 일레인은 거울을 통해서만 외부와 연결되던 굴레를 벗어던지고 성 밖으로 나가면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합니다.

그녀의 표정을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죽을 것을 예감하여 슬픔과 긴장감이 묻어 있는 동시에 자유에 대한 환희와 죽음을 수용하는 관조적인 모든 감정이 표현되었습니다. 강을 떠내려가며 그녀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지만, 저주가 너무 강해서 도착지인 카멜롯에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일레인의 이 여정은 당대 여성들이 사슬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며 억압된 자유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

5. 라인 강 - 안드레아스 거스키

Andreas Gursky, Rhine II, 1999, private collection. Christie’s.

날씨가 안 좋은 어느 날 산책하던 이가 우연히 찍은 것처럼 보이는 이 사진. 얼마에 거래되었는지 아시나요?🧐 바로 4백만 달러. 40억이 넘는 금액에 낙찰되었어요! 과연 이 사진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1955년에 태어난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대형 건축 양식과 풍경의 색을 포착하는 사진작가입니다. 작품은 가운데 수평선을 중심으로 한 구도를 통해 라인 강의 장엄함과 숭고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하단은 풀, 강, 길을 따라 여러 갈래로 분할되며 독특한 대조를 보여줍니다. 가로 줄무늬는 오래 볼수록 더 추상적입니다. 서로 다른 질감을 가진 녹색과 회색이 음영을 교차하며, 전체에서 부분으로 부분에서 전체로 감상자를 집중하게 합니다. 과거 예술이 자연은 거대한 힘을 가진 절대자로, 인간은 미미한 존재로 묘사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그 반대를 보여줍니다.

자연은 가라앉아 있고,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통제는 친밀감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산업이 발전한 만큼 생긴 우리와 자연 사이에 거리감을 뜻하죠.🙁 그러나 강을 자세히 보면 여전히 수면 위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강의 그림 같은 광경에 관심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현대 강의 정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도구를 사용한 것이 저의 작업입니다.”

〰️
"Be like a river. Be open. Flow."

🙋‍♀️

어느 작은 물줄기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며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해요💙


지난 호 아트레터를 못 보셨다면?

[vol.60] 산 넘고 물 건너 가을 산수화 보러 가세
아트램프 | ARTLAMP.ORG
서울 구로구 신도림로 13길 51 | 070-7743-7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