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레터

💌 일주일에 한 번 메일박스에서 만나는 달콤한 편지 한 통

☑️ 지난 아트레터 보기

[Vol. 60] 산 넘고 물 건너 가을 산수화 보러 가세

2021-09-09
🍁 가을의 타임캡슐을 타go!

예술이 배달 왔어요 💌
2021.09.09 Vol. 60

어느 멋진 가을 날로 떠나는 여행

은은하고도 화사한 색채가 특징인 허백련의 <허백련필 선면 추경산수도>. 잘 익은 가을 열매가 매달린 나무의 모습을 풍요롭게 표현했다.
계절마다 주어진 아름다움이 있다면 가을은 당연히 의 단풍이 최고가 아닐까 해요. 그래서 오늘은 가을의 초입에서 단풍을 기다리며 상상 속 타임캡슐을 타고 떠나보려 합니다!

산수화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고리타분하고 별 재미없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레터를 통해 산수화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보고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배워보자구요.😉

산수화는 쉽게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산과 물을 그린 그림입니다.🏞 화가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풍경, 또는 실재하는 자연을 그리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이미지들은 자연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산이 커다라면 커다랄수록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크다는 의미이지요! 우리가 지금부터 살펴볼 작품들을 통해 화가의 자연관을 가늠해 보는 것도 즐거운 감상법 중 하나입니다.🌳

1. 평화로운 푸른 빛의 가을

허련, 추경산수도, 조선, 종이에 수묵 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허련은 조선 말기의 화가입니다. 추사 김정희의 유배 당시 그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까지 다녀온 제자들의 일화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그 제자 중 하나가 허련입니다.

허련은 김정희에게 사사받아 그의 예술관과 비슷한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남종문인화, 즉 쉽게 풀어 말하자면 중국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지요. 그렇다고 작품을 부정적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습니다. 언제나 예술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공생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바라보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깎아지른 것만 같은 웅장한 절벽의 모습입니다. 화가는 자신이 바라본 풍경을 편집해 화면에 구성합니다. 근경은 아주 크고 웅장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원경은 비교적 은은하고 부드럽게 보이죠. 특히 거대한 절벽 아래 작은 집은 누군가의 특별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화면 우측에 묘사된 강은 과감히 표현을 삭제해 여백을 남겨둠으로써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마저 선사합니다. ☁️

2. 은은한 가을의 잔상

이한철, 추경산수도, 조선, 종이에 수묵 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이한철은 조선 말기에 활동한 화가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초상을 그린 것도 바로 이한철이지요. 얼마나 능력 있는 화가였으면 사대부의 초상을 그렸을까요? 그의 업적을 알고 그림을 보니 더욱 근사해 보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네요.😊

이한철이 그린 가을의 산수는 S자 형의 구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근경을 확대해 강조한 뒤 원경은 비교적 단순하게 그려 적절히 강약을 조절했습니다. 특히 울창한 나무 숲과 물결 등은 먹을 배경에 깔아 은은하게 강조합니다. 작품의 중심부에 위치한 탑과 건물은 산이 얼마나 웅장한지 비교할 수 있는 좋은 대상입니다!

3. 굽이 또 굽이

해강, 추경산수도, 청, 종이에 수묵 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이 작품은 중국 청나라의 화가인 해강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을의 산수화입니다. 연하게 쌓아 올린 은은한 먹과 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붉은색을 띠고 있는 나무들은 가을의 정취를 배가시키지요.🍁

단순한 산수화 같지만 작품 속에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부터 배를 타고 있는 사람까지 자칫하면 잔잔한 풍경으로만 남을 수 있던 산수화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4. 단풍잎 모락모락 피어나던 날에

조석보, 추경산수도, 청, 비단에 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조석보의 가을 산수는 앞서 본 작품들과는 다르게 톡톡 튀는 밝은 색채가 눈에 띕니다. 녹색과 붉은색의 대비감으로 인해 훨씬 생기있어 보이네요.💚❤️

수직 형태의 선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복잡한 형상의 산이 중첩되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화면 곳곳에 보이는 작은 건물들은 마치 신선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상단의 원경은 묘사를 빼 자칫 답답할 수 있던 풍경을 부드럽게 연결해줍니다.

5. 몽환적인 가을의 밤

김두량, 월야산수도, 조선, 종이에 수묵 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김두량은 조선 후기의 화가입니다. 작품 제목에 가을을 나타내는 단어가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가을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선정한 점이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작품 좌측 상단에 쓰여 있는 글귀를 주목하세요! 갑자년 중추 즉, 1744년 한가위에 김두량이 그렸다고 쓰여 있네요. 그렇다면 둥그런 보름달이 떠 있는 한적한 가을의 모습을 담아내었다는 의미겠죠?!🌕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동양화는 서양화와 다르게 그림자를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색을 덜어냄으로써 원근감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우측의 나무들이 꽤나 거리감 있는 공간에 위치한다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특히 작품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뿌연 안개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급격한 거리감을 완화시키고 작품 전체에 몽환적인 느낌을 배가시킵니다.

손가락으로 안개를 살짝 가려보세요.🤚🏼 나무들이 너무 빽빽하게 드리워져 있어 왠지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렇듯 김두량은 작품 속 풍경을 명확히 설계한 채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
"세상에서 유람의 즐거움을 다하는 자는 반드시 그윽하고 깊은 산수를 찾거나 아니면 광막한 원야를 걷는다."
- 정도전

🙋‍♀️
앞서 만난 산수화들을 통해 수없이 지나간 많은 가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몇 백 년의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가을은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죠. 성큼 다가온 계절을 즐기며 두 팔 벌려 바람을 안아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에디터 영이었습니다!

지난 호 아트레터를 못 보셨다면?

[vol.59] 말해보라.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아트램프 | ARTLAMP.ORG
서울 구로구 신도림로 13길 51 | 070-7743-7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