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1] 🦄 유니콘을 믿어본 적 있나요?

2025.07.26 Vol.191

유니콘을 타고 달리는 레이디 고디바, 그리고 사랑의 고통을 형상화한 살바도르 달리의 청동 조각. 달리에게 유니콘은 아내 갈라를 향한 집착적 사랑과 초현실적 욕망의 상징이었다.

🦄 ‘유니콘’ 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세요? 반짝이는 뿔을 가진 상상의 동물? 아니면 기업 가치 1조를 훌쩍 넘긴 스타트업?

사실 이 둘은 생각보다 닮아있어요. 희소하고, 잡히지 않고,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존재. 현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기에, 더더욱 상징적인 힘을 가지죠. 그래서 유니콘은 예술 속에서도 자주 등장해요. 단순한 환상의 동물을 넘어서, ‘이루기 어려운 욕망’이나 ‘이상적인 세계’의 메타포로 그려지곤 하죠.

오늘 아트레터에서는 고전 태피스트리부터 현대 조각까지 다양한 예술 속 유니콘을 모아봤어요. 예술가들이 어떻게 ‘유니콘’이라는 상상 속 존재를 각자의 언어로 불러냈는지 소개해보려고 해요. 벤처의 세계에서든, 예술가의 상상 안에서든 유니콘은 늘 '가능성'을 믿게 만드는 존재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상상력, 혹은 잊고 있던 용기의 조각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요. 🧐 그럼 지금부터 유니콘의 흔적을 따라 떠나는 아트레터, 시작해볼게요!

🎟️ 하단에 이벤트 티켓도 준비되어 있으니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

유니콘은 원래 이런 동물이었대요

기원전 5세기에 그려진 유니콘 일러스트

유니콘 하면 보통 하얀 말에 반짝이는 뿔 하나를 떠올리죠. 하지만 원래 유니콘의 모습은 지금과 꽤 달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기원전 400년경,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쿠테시아스는 인도에 사는 신비한 동물을 묘사했어요.

“말 같은 몸통에, 사슴의 머리, 코끼리의 발, 멧돼지의 꼬리, 이마 한가운데엔 길이 1미터가 넘는 검은 뿔이 있는 생명체.”

이후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가 이 기록을 반복하면서, 이 상상의 동물은 점점 ‘유니콘’이라는 존재로 굳어졌죠. 하지만 사실, 이 전설은 인도 코뿔소를 본 서양인들의 상상력이 덧붙여져 와전된 결과예요. 게다가 중세에는 “유니콘은 오직 숫처녀 앞에서만 순해진다”는 전설이 퍼지며, 순결과 정결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요. 👩‍🦱

심지어 당시 사람들은 유니콘의 뿔이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다고 믿어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여 뿔(사실은 일각고래의 이빨!)을 수집하기도 했답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도 유니콘 뿔 잔을 가졌다고 해요.

그러니까, 유니콘은 👉 실존 동물 + 상상력 + 신앙 + 권력 욕망이 뒤섞여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믿고 싶은 존재’ 중 하나였던 것이죠.

해리포터에 나온 중세의 유니콘

《귀부인과 일각수 La Dame à la licorne》

La salle de la Dame à la Licorne en 2008 – Paris, musée de Cluny – musée national du Moyen-Âge © RMN-Grand Palais

유니콘이 예술 속에 처음 등장한 건 아주 오래전이에요. 그중 유니콘이 가장 우아하게 등장하는 장면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떠올릴 거예요. 바로 15세기 말에 제작된 중세 프랑스 태피스트리 연작 《귀부인과 일각수 (La Dame à la licorne)》. 1500년경 플랑드르 지방에서 만들어졌고, 현재는 파리 클뤼니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총 6폭으로 구성된 이 연작은 다섯 가지 감각(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을 주제로 하고, 마지막 한 점 〈내 단 하나의 욕망 Mon seul désir〉은 해석이 분분한 미스터리한 작품이에요. 모든 장면엔 한 명의 귀부인과 그녀 곁을 지키는 유니콘과 사자가 함께 등장하는데요, 유니콘은 여기서 순결, 고결한 사랑, 신성한 지혜의 상징으로 해석되며, 때로는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기도 하죠.

«내 단 하나의 욕망 (Mon seul désir)»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폭마다 등장하는 유니콘은 모두 다른 표정과 자세를 하고 있어요.
귀부인의 손에 이끌리거나, 그녀의 발밑에 조용히 머무르기도 하죠.
배경은 작은 꽃과 동물들로 가득한 ‘밀 플뢰르(Mille-fleurs, 천 송이 꽃)’ 양식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환상의 정원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줘요.
특히 마지막 작품 〈내 단 하나의 욕망〉에서는, 유니콘과 사자가 귀부인을 중심으로 텐트를 펼쳐 들고 있어요. 이 장면은 욕망의 통제, 혹은 육체적 감각을 넘어선 영혼의 갈망을 상징한다고도 해석돼요.

이 작품은 중세 귀족 사회의 정제된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당시 사람들의 유니콘에 대한 상상력, 믿음, 그리고 내면의 욕망을 한데 직조해낸 그야말로 ‘중세의 모나리자’라 불릴 만한 명작이에요.

그리고 해리포터 영화에 잠깐 등장하면서, 또다시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죠! 💫

르네상스 시대의 펫, 유니콘?

라파엘로, 《유니콘을 안은 젊은 여인》

Raphael, Portrait of Young Woman with Unicorn, c. 1505-1506, Galleria Borghese, Rome, Italy.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을 걷다 보면, 한 그림이 슬쩍 시선을 끌어요. 멀리서 보면 르네상스 시대의 흔한 '귀부인과 애완동물' 초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죠. 그녀가 안고 있는 건 작고 귀여운 유니콘.

이 작품은 르네상스의 천재 라파엘로(Raphael)가 1505~06년경 그린 《유니콘을 안은 젊은 여인(Portrait of a Young Woman with a Unicorn)》이에요. 유니콘은 순결과 정결함의 상징, 중세 전설에 따르면 오직 숫처녀만이 유니콘을 길들일 수 있다고 하죠. 당시 여성 초상이 대부분 결혼 기념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반지 하나 없이 유니콘만을 안고 있는 이 여성의 모습은 꽤 이례적이에요.

놀라운 건, 이 유니콘이 1930년대 복원 과정에서야 드러났다는 것! 그 전까지는 그림 위에 성 카타리나의 상징인 수레바퀴와 망토 등이 덧칠되어 있었고, 유니콘 대신 작은 강아지가 그려졌던 흔적도 X선 촬영으로 밝혀졌어요. (강아지는 그 시절 ‘결혼의 충실함’을 뜻했음.)

그러니까 이 그림은, 수 세기를 지나며 강아지 → 성녀 → 유니콘으로 정체를 바꿔온 르네상스판 마법 같은 초상화인 셈이죠. 지금도 이 여성의 정체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림 속 유니콘은 여전히 순수함과 비밀을 품은 채 조용히 그녀의 품에 안겨 있어요.

유니콘은 바로 자신이었다

레메디오스 바로, 《유니콘과 함께한 자화상》

Remedios Varo, Self-portrait with Unicorn, private collection.

정면을 응시하는 한 여인과, 그 곁에 조용히 앉아 있는 하얀 유니콘. 이 둘은 마치 서로의 비밀을 아는 듯한 표정으로, 아주 묘한 기운을 뿜어내요. 이 작품은 스페인 태생의 초현실주의 화가,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의 자화상이에요.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Unicorn과 함께한 자화상(Self-Portrait with a Unicorn)》은 현실 너머의 자아, 그리고 여성 예술가로서의 고독한 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죠.

바로는 어릴 때부터 과학과 철학, 신화와 오컬트에 매혹되어 있었어요. 그녀가 살아간 20세기 초중반은 여성 예술가에게 유난히 차가운 시대였고, 초현실주의 그룹 안에서도 여성은 '뮤즈'이거나 '영감의 대상'쯤으로만 여겨졌죠.

하지만 바로는 그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 자신만의 언어와 상상력, 세계관을 만들어낸 몇 안 되는 여성 작가였어요. 그녀의 유니콘은 그래서 세속의 틀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간 바로 자신을 투영하는 존재이자, ‘길들일 수 없는 나’, 혹은 ‘꿈의 진실성’을 품은 분신 같은 존재였죠.

이 자화상에서 두 주인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바로는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관람자를 응시하고, 유니콘 역시 그 곁에서 잠잠히 고개를 들어올리고 있어요. 이 고요함은 마치 주문이 시작되기 전의 공기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죠.

작품은 전반적으로 색이 절제되어 있고, 배경은 거의 비워져 있지만 바로와 유니콘만큼은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돼 있어요. 그 사이에 어떤 정신적 연결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암시하듯이요.

레메디오스 바로는 멕시코 망명 시절, 자신만의 신화와 상징을 바탕으로 다수의 초현실적 작품들을 그려냈어요. 이 자화상은 그래서 단지 ‘나를 그린 그림’이 아니라, “세상의 질서에 맞지 않더라도 나로서 존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유니콘은 결국 현실에서 벗어난 ‘바로’라는 존재 자체를 상징하니까요.

포름알데히드 속의 유니콘, 깨진 꿈

데미안 허스트, 《The Dream》 & 《The Broken Dream》

(좌) Damien Hirst, The Dream, 2008 | (우) Damian Hirst, Broken Dream, 2008

아이들의 꿈은 어른들의 것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죠. 그리고 데미안 허스트는 말합니다.

“우리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면, 우리는 이미 죽은 것이다.”

죽음과 생명, 아름다움과 해부 사이를 오가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2009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니콘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얀 망아지의 이마엔 뿔이 붙고, 그것은 투명한 포름알데히드 수조 안에 잠겨 있어요. 작품 제목은 《The Dream》, 그리고 《The Broken Dream》. 한때 순수와 희망을 상징했던 유니콘은 죽음의 상징물처럼 박제된 채 우리를 응시하죠. 💔

화려한 금빛 뿔, 고요한 물속, 그리고 살아 있는 듯 정적에 잠긴 육체. 그 모습은 마치 동화의 마지막 장면에 도달한 순결한 상징 같기도 하고, 꿈을 너무 가까이서 들여다보았을 때의 불편한 진실 같기도 해요.

이 작품은 한때 230만 파운드(약 40억 원)에 낙찰되며 큰 화제를 모았고,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의 전시 《The Dark Monarch》에서는 전시장 입구에 황금빛 수조 속 유니콘으로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유니콘은 이 시대의 꿈, 혹은 실현될 수 없기에 더 간절한 상징이 아닐까요? 허스트는 그 꿈을 조용히, 그러나 충격적으로 가둬 보여줍니다. 마치 우리가 언젠가 잃어버린 순수와 상상력처럼요.

어쩌면 유니콘은 실재하지 않기에 더 소중한지도 몰라요. 보고 싶다고 해서 쉽게 다가올 수 없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니까요.

현실에 치여 지친 순간이 온다면 살짝 눈을 감고 나만의 유니콘을 떠올려보세요. 그건 상상력일 수도, 용기일 수도, 아직 꺼지지 않은 당신의 꿈일지도 몰라요. 그럼 우리는 다음 번에, 또 다른 상상 속으로 함께 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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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채우는 8월의 전시 《어반브레이크 2025》

아시아 최대 규모의 어반 &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 《어반브레이크 2025》가 돌아옵니다. 올해는 ‘Play with Artist’를 주제로, 관람객이 아티스트의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 함께 놀고 교감하는 전시가 펼쳐집니다.

예술이 일상이 되는 4일
이번 어반브레이크에서는 시각 예술뿐 아니라 음악, 패션, 디자인, AI, 아트토이까지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전시 콘텐츠가 구성됩니다. 기획부터 연출, 라이브까지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며 현장을 살아 숨 쉬는 창작의 공간으로 바꿔냅니다.

주요 프로그램

💿 URBK STAGE: ‘TRACK’
자이언티, 기리보이, 원슈타인 등 스탠다드프렌즈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뮤직 퍼포먼스 & 아티스트 토크

🤖 AIAA
글로벌 AI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전시와 어워드 (공모전 상금 2천만 원 규모!)

🧸 TOYCON SEOUL
세계 아트토이 브랜드 총출동! 한정판 굿즈 드롭부터 아트토이 커스터마이징까지

🧢 스트리트 패션 x 민화 컬래버
유나이티드워커스, 얼킨, 샤카웨어 등 브랜드와 민화 작가들이 만든 협업 전시

🌱 PLAY WITH ARTIST
아티스트와 관람객이 함께 놀고, 먹고, 즐기는 4일간의 매일 다른 이벤트 프로그램 콘텐츠

글로벌 아티스트 허브로의 확장
총 15개국 3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COARSE, 세이타로 야마자키, 문진성, 그림비 등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신작과 실험적인 컬래버레이션이 이어집니다.

8월, 다양한 예술이 만나는 집중도 높은 문화 실험장 《어반브레이크 2025》에서 만나요

[행사 정보]
기간 | 25년 8월 7일(목) ~ 10일(일)
장소 | 서울 COEX Hall B1 & B2
티켓 | 공식 홈페이지 및 현장 판매
문의 | @urbanbreak_official

[티켓 이벤트]

하단 ‘티켓 신청’ 링크에서 신청하시면 10분을 추첨하여 행사장에 초대합니다.

매수 | 일반관람권 10매 (1인 1매 / 총 10명)
기간 | 7.26(토) – 7.31(목)
방법 | 링크 제출
발표 | 8.1(금), 개별 SMS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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