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서울 자서전 전시: 사라지는 건축의 생애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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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이 《힐튼서울 자서전》을 열었다. 한국 현대건축의 상징적 장소였던 힐튼서울(1983~2022)의 탄생과 해체, 그리고 그 이후의 기억을 다층적으로 엮어낸 전시로, 건축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과 공동체의 기억까지 포괄한다. 전시는 2025년 9월 25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피크닉과 건축 큐레이팅 콜렉티브 CAC가 공동 기획했으며, 팬데믹 이후 영업 종료와 재개발로 철거에 들어간 힐튼서울의 “마지막 회고록”을 펼친다. 남산을 감싸 안는 외관과 18m 아트리움으로 서울의 국제도시 이미지를 견인했던 호텔의 장면들이 도시의 역사와 함께 재배열된다. 

전시의 구성은 ‘사라짐, 2025—기억과 기록, 1977-2022 —2025, 그 후—굿바이 힐튼’으로 이어진다. 철거 현장에서 포착한 영상과 사진, 회수된 자재 등 다양한 매체가 사라진 현장의 기억을 소환하고(제1장), 설계 도면·서신·운영 문서·사진을 아카이브화해 한 건축의 전 생애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제2장). 이 과정에는 건축가·시공자뿐 아니라 호텔 운영자와 서비스 담당자 등 ‘사용자’의 목소리도 함께 담긴다.  

‘제3장 2025, 그 후’는 6회의 사전 포럼에서 도출된 논의를 토대로, 보존/개발의 이분법을 넘어 현대건축물이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생애를 이어갈 다른 경로를 상상한다. 나카긴 캡슐 타워 등 사례를 참조하며 디지털 기록과 물리적 부재의 활용 가능성을 탐구했고, KAA 웹사이트를 통해 포럼 기록을 공개한다.

관람객의 기억을 환기하는 상징적 장면도 되돌린다. 매 겨울 그랜드 아트리움을 달리던 ‘크리스마스 자선열차’가 복원되어 전시 기간 내내 운행되고, 철거 현장에서 수거한 대리석·브론즈·오크 등 건축 부재가 설치 미술로 재구성된다. 

참여 작가는 김종성, 노송희, 백윤석, 서지우, 임정의, 정지현, 최용준, 그래픽캐뷰러리, 테크캡슐. 김종성 건축가의 특별 강연(10월 1일, 서울역사박물관)과 작가 토크 등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며, 1983년 출시 스텔라와 이를 잇는 쏘나타의 헤리티지를 조명하는 별도 전시가 피크닉 본관 입구와 온실에서 함께 열렸다. 

전시는 결국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건축이 물리적으로 사라진 자리에서, 사회적 기억과 기록은 어떻게 다음 장을 써 내려갈 것인가. 《힐튼서울 자서전》은 사라지는 건축을 애도하는 동시에 그 잔여가 공동체의 기억으로 전환되는 방식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전시 정보: 2025.9.25–2026.1.4(월 휴관) / 오전 10시–오후 6시(입장 마감 5시) /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피크닉 / 티켓 성인 15,000원 / 예매: 네이버 예약, 29CM.